[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실험정신

〈제3보〉(36~50)=이 바둑과 똑같은 포석이 한 달 뒤 삼성화재배 준결승(이창호 대 백홍석)서 재현돼 화제를 낳았다. 재미있는 것은 흑번의 백홍석이 이 포석을 유도했고 이창호는 백으로 34수(△)까지 따라갔다는 점. 흑이 35(▲) 대신 ‘가’에 씌워 새 길로 들어선 그 바둑은 이창호가 승리했다. 그렇다면 초반 34수까지의 이 포석은 백이 좋은 게 아닐까. 상대가 패했던 포석을 들고나오는 심리는 무엇일까. 기사들의 실험정신은 언제나 신선하다.

36, 38은 흔히 쓰이는 타개수법. 흑은 지금 편한 형세인 만큼 39로는 좀 더 쉽게 가고싶다. 유력한 대안 중 하나가 곧장 ‘나’로 모는 것. 참고 1도나 참고 2도 모두 백이 불만스러운 결말이다. 41때 참고 3도가 흑의 기대였으나 42의 변화구가 의표를 찌른다.

47로는 ‘다’의 연결이 좋았다는 게 중국 측 진단이지만 47을 나무랄 순 없다. 백 ‘라’의 붙임 때문에 49는 불가피했고, 50으로 역습해 중앙의 주도권이 아리송해졌다. 하지만 백도 실속은 없어서 이제부터의 중앙전이 형세를 가름할 전망. 흑의 다음 한 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