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굳은 행마

〈제4보〉(51~61)=새해 이창호의 한국식 나이는 33세가 된다. 중년 이상의 올드 팬들은 그런 이창호를 향해 “아니, 벌써!”하고 놀란다. 자기들 나이 든 것은 잊은 채 여드름 가득하던 10대 시절 모습만 떠올리는 것이다. 한데 이창호 본인은 “종반으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진다”며 탄식한다. ‘종반’ ‘집중력’…이런 것들은 과거 이창호와 다른 기사들을 구별하는 용어였다. 나이 앞에 정녕 장사는 없는가. 백이  ‘진로 방해’에 나선 장면.

여기서 51로는 ‘가’로 뛰는 게 ‘이창호 스타일’이었다. 백 ‘나’면 흑 ‘다’로 틀을 잡는다. 52때 53, 55의 대응도 뭔가 경직돼 있다. 참고도 1, 3으로 적진을 깨며 수습해서 나쁠 게 없었다. 집이 귀해서 좌변을 키워야 할 백으로선 56에 손이 돌아와 너무 기분이 좋다.

59가 또 “너무 신중했다”는 평. 60이 놓이자 이제 좌변은 실리라고 주장해도 반박하기 힘들게 됐다. 그럴 바엔 59로 흑 ‘라’, 백 ‘마’ 선수 교환 후 60 자리를 차지하고 싶다는 결론. 61도 지극히 평범하다. 좀 더 효율적 대안은 없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