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윤준상이 이창호 저격수로

역사란 도전과 응전의 축적이라더니 꼭 바둑계를 두고 한 말 같다. ‘기성(旣成)’의 상징인 이창호에 대한 신예의 도전이 해가 바뀐 신년 벽두로 다시 이어진다. 이창호를 향해 첫 도전장을 던진 신예는 윤준상 四단. 50기째를 맞은 국수전이 그 무대로, 10일부터 도전 5번기가 시작된다.

이창호(32)는 지난해 박정상(전자랜드배), 이영구(왕위전) 등 신예들의 도전을 성공적으로 퇴치했다. 현역 4관왕으로 이세돌과 천하를 양분(兩分) 중이지만 국내외 후배들의 도발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천신만고 끝에 최철한으로부터 탈환한 최고(最古) 타이틀을 내 줄 경우 올 한 해 ‘농사’는 장담하기 힘든 곤경에 내몰릴지 모른다. 국수위는 당대 1인자의 몫이란 상징성도 있어 결코 물러설 수 없는 보루다.

국수전 본선 토너먼트가 시작됐을 때 윤준상이 박정상 이희성 박영훈을 연파하고 도전권을 따내리라고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2006년 한 해 61승 27패로 다승 3위, 승률 9위에 오른 성적을 감안하면 이변이랄 것도 없다. 이번 도전기를 승리로 장식할 경우 윤준상은 만 19세 3개월로 최연소 타이틀 획득 역대 10위권에 진입하게 된다(87년 11월생). 그는 최단기 국제 본선 진출 부문서 이미 박진솔(79일·제7회 삼성화재배)에 이은 역대 2위(105일·제6회 LG배) 기록을 수립한 적도 있다. 이창호가 방어에 성공한다면 국수전 통산 10회째 우승이다. 국수전서 ‘두 자릿수’ 제패를 이룬 기사는 지금까지 조훈현 1명뿐이었다. 반면 도전자 윤준상이 이길 경우엔 사상 10명째 국수 탄생이 이뤄진다. 희한한 아홉 수 싸움(?)까지 곁들인 셈. 둘은 2004년 두 판을 겨룬 것이 전부였고 그 두 판은 모두 이창호가 승리했었다. 우승 상금 40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