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공', 장대한 스케일 전투신에 압도

21세기 스크린의 흐름은 국경의 붕괴다. 이미 한국과 중국의 합종연횡은 본 궤도에 올랐다.

총 제작비 160억원을 들인 '묵공'(제작 보람영화사)도 무늬만 중국 영화다. 동북아시아가 집대성 한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의 한국과 중국에다 일본, 홍콩, 대만의 영화인들이 총 출동했다. 메가폰은 홍콩 출신의 장지량 감독이 잡았고, 영화 음악은 일본의 거장 가와이 겐지가, 그리고 안성기 최시원(이상 한국) 유덕화 판빙빙(이상 중국) 오기륭(대만) 등 출연배우들도 다국적군이다.

일본의 동명 만화를 영화화한 '묵공'의 소재는 묵가 사상. 특히 줄기인 '비공'은 약소국을 위협하는 강대국에 맞서 평화를 지킨다는 사상이다. 남을 먼저 공격하는 일은 없지만, 상대가 먼저 공격할 경우 평화를 위해 전투에 임한다는 것이다.

춘추전국시대 최강의 조나라는 천하통일을 눈앞에 둔다. 10만 대군은 마지막 길목에서 인구 4000명의 양성 함락을 도모한다. 사면초가에 빠진 양성은 '묵가'에게 지원을 요청하지만 지원군은 단 한 명, 혁리(유덕화) 뿐이다. 반면 10만 대군을 이끄는 조나라의 사령탑은 전투마다 대승을 일궈낸 대장군 항엄중(안성기)이다.

양성 군주는 항복 밖에 길이 없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혁리가 단 한 발의 화살로 조나라의 선봉 부대를 물리치자 병권을 그에게 넘긴다. 그리고 기적의 전투는 계속되고, 혁리는 양성에서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하지만 '천무이일'이라 했다. 조나라의 대군이 기력을 잃고 진퇴양난에 빠지자 양성의 권력자들은 혁리를 제거할 음모를 꾸며 성밖으로 내쫓는다. 이 과정에서 대립각을 세우지만 혁리의 뛰어난 지략을 공경하던 양성의 왕세자 양적(최시원)도 최후를 맞는다.

전투 또한 이것이 끝이 아니다. 항엄중은 기습 부대를 재편해, 마지막 일전에 나서며 영화는 정점을 향해 치닫는다.

역시 장대한 스케일의 전투신이 눈에 띈다. 중국의 광활한 대지에서 10만 대군과 4000명의 성민이 펼치는 전쟁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화려하고 거대하다. 여기에다 전쟁 영화치고는 드라마도 풍성하다. 일례로 혁리와 일열(판빙빙)의 못다핀 사랑은 또 다른 볼거리다.

뿐만 아니라 유덕화 안성기 등 배우들도 혼신의 힘을 불어넣었다. 특히 '언어 장벽'과 사투를 벌인 안성기는 중국어 대사가 어색하긴 하지만, 그 시도는 박수를 받을만 하다. 또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운 유덕화의 절제력 있는 연기도 영화를 맛깔스럽게 만들었다.

다만 한중 합작 영화에도 불구하고 한국 시장에서 매력을 잃은 '중국색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어필할 지는 미지수다.

1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 Copyrights ⓒ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