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박리다매

〈제8보〉(102~115)=후야오위는 4년 전 제4회 농심배 때 파죽의 5연승 가도를 달린 기록이 있다. 그 돌풍을 막아 섰던 기사가 바로 이창호. 이창호는 뒤이어 뤄시허(羅洗河)마저 꺾고 한국의 역전 우승을 이끌었었다. “대국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을 조절하는 능력이다. 이창호 九단에게 그걸 배웠다.” 언젠가 후야오위가 한 말이다. 그에게도 이창호는 타도 대상인 동시에 우상이었다.

102는 타협안. 105까지 흑을 후수로 살려주고 112까지 상하를 모두 정비했다. 아직도 중앙 흑이 유랑 신세여서 백 대성공의 결말. 그러나 칼을 뽑았더라면 승부는 일찍 끝났을 것이다. 참고 1도 13까지 패(覇)지만 A 방면에 무수한 패감이 있어 흑이 못 견딘다. 10으로 참고 2도 1의 파호(破戶)도 10까지 흑의 무리.

104로 105면 어떻게 될까? 흑 ‘가’, 백 ‘나’, 흑 ‘다’의 수순으로 패가 되는데 백의 부담이 크다. 요컨대 백은 일체 모험을 피한 채 확실한 길만을 걷고 있다. 박리다매(?) 전략이라고나 할까. 113, 115는 반격을 위한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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