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 ‘무증상 감염자’가 또 다시 확인되자 일각에서 이러다가는 혹시 실제 AI인체 감염자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실 AI는 정상적으로는 조류에서 유행하는 질병일 뿐이었다. 그러나 인간에게도 AI감염이 일어났고, 특히 1997년 홍콩에 이어 2003년 이후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중국, 인도네시아 등의 아시아 국가와 유럽(아제르바이젠), 아프리카(지부티, 이집트)에서 고병원성 AI바이러스인 H5N1에 의한 인체감염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AI 감염자의 대부분이 양계업이나 살처분에 종사해 조류와 밀접하게 접촉했던 사람들이라는 것.
아직까지는 국제적으로 닭을 비롯한 가금류를 섭취해 AI에 감염된 경우는 없었다.
보건당국은 우리나라의 AI 방역망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인정할 정도로 견고하게 짜여져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닭이나 오리 등 국내 가금류가 외부에서 흘러 들어온 AI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이야 어찌할 도리가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사람에까지 넘어오지 못하게 촘촘하게 차단막을 구축해 놓고 있다는 것이다. 상시 대비 체제를 갖추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국가 차원에서 AI 예방 및 관리 메뉴얼을 작성, 질병관리본부와 농림부를 중심으로 시.군.구를 아우르는 방역활동을 펼치고 있다. ‘준비-관심-주의-경계-심각’ 등 유행 단계별로 대국민 행동요령도 마련해 놓았다.
공항과 항만 등의 검역망도 물샐틈 없다고 강조한다. AI오염국에서 입국하는 여행객 등에 대해 집중 검역을 하고 있다고 질병관리본부는 말했다.
각 정부기관과 인천공항, 전국 시.군.구 등 민관이 참여하는 AI 대비 도상 훈련도 실시하고 있다.
이번에 무증상 감염자를 확인한 것도 국가 AI검역망의 ‘성과라면 성과’라고 할 수 있다고 질병관리본부는 말했다.
AI발생 농장 종사자들에 대해서는 인체 감염으로 퍼지지 않도록 신속대응반을 투입해 예방목적의 치료제를 투약하고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했다는 것.
질병관리본부는 “AI 바이러스는 사람 간에는 전파되지 않기 때문에 일반 국민은 전혀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아울러 AI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에 대비해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100만명 분 확보해 놓고 있으며, 면밀한 연구검토를 거쳐 추가로 적정물량을 비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하지만 AI의 속성 상 대유행의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한시도 경계를 늦출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천병철 고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촘촘한 방역망 속에서 AI의 인체 감염 확률은 낮다고 하지만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고 주문했다.
/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