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단기돌입

〈제9보〉(116~125)=매년 세계 타이틀을 몇 개씩 건져 올리던 이창호에게 2006년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한 해였다. 그러나 국제 대회 연간 다승(多勝) 기록을 보면 1위는 이번에도 이창호(17승 9패)였다. 박영훈 이세돌 창하오(常昊) 구리(古力·이상 12승) 등 2위 그룹과는 큰 차이. 올 한 해 벌어질 ‘별들의 전쟁’이 주목된다.

116을 둘 무렵 백이 먼저 초읽기에 돌입했다. 이 수로 117 쪽에서 단수(單手)치면 어찌 될까? 참고 1도가 그것인데 10까지 백이 무리한 싸움이 된다. 118은 집으론 이 수가 약간 득이지만 ‘가’ 쪽에서 모는 것이 더 두터웠다. 뻔한 듯한 단수도 적소(適所)를 골라내기란 이처럼 쉽지 않다. 어떻든 ?로 건너 붙인 효과로 ‘나’로 나와 끊는 단점이 해소됐다.

121은 반상 최대처. 백은 122, 124로 좌상귀 흑의 삶을 강요한다. 참고 2도 4까지 승리를 확정 짓겠다는 뜻. 고분고분 순응해선 무난히(?) 진다고 판단한 이창호, 2분 간의 숙고 끝에 125로 붙여갔다. 홀로 적진에 뛰어들어 적장(敵將)에게 총 부리를 겨눈 게릴라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