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판토마임

〈제10보〉(126~141)=바둑이 과연 예술 장르에 포함될 수 있을까. 승부란 한정된 먹이를 다투는 ‘제로 섬’의 세계여서, 새로움의 창조를 추구하는 예술 작업과는 기본적으로 안 맞다. 하지만 고수들이 최선의 수를 찾아 조화를 이뤄가는 과정은 아름다움의 구현이란 예술의 본질에 손색없이 부합한다. 승부 호흡 과정에서 오가는 무언의 대화는 어떤 인기 드라마도 못 따를 예술적 리얼리티를 지니고 있다.

?에 붙여 승부로 나온 장면. 128의 빵따냄이 침착했다. 백은 “좌상귀와 좌변 두 곳 모두 무사할 수 있겠니?”하고 외친다. 흑도 129로 중앙을 연결하며 “한 곳만 살면 만족이야. 그런데 우중앙 백은 살아있니?”하고 되묻고 있다. 판토마임형 동상이몽이다.

129로 참고 1도 1의 즉각 거사(擧事)는 아직 이르다. 129면 130도 필수. 이 수가 오면 흑도 134, 136을 각오해야 한다. 134로 좌변 토벌에 나서면? 참고 2도 10까지, 잡는다는 보장이 없다. 139에 백은 140으로 좌상 흑에 총부리를 돌렸다. 여기서 흑의 대구(對句)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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