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는 힘못쓰는 시리즈 영화..은막엔 '형만한 아우 없다'

한국에서 할리우드와 같은 시리즈 영화의 성공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지난 달 28일 개봉한 영화 '조폭마누라3'가 현재 관객 동원 100만을 넘어섰다. 홍콩 영화배우 서기와 이범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음에도 전작에 비해 저조한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조폭마누라3'의 부진은 조폭 장르가 가져오는 식상한 소재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비단 '조폭마누라' 시리즈에서만 보이는 부침 현상은 아니다. 한국 시리즈 영화가 지니고 있는 한계 때문이다.

▶ 영웅적 주인공의 부재

할리우드 시리즈 영화의 특징은 생명력 있는 주인공의 존재이다. '다이하드'에서의 형사 존 맥클레인, '매트릭스'에서의 네오는 시리즈 전편에서 영화를 이끌어가는 중심인물이다. 그리고 관객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악당과 대치한 맥클레인의 활약과 시온을 지키려 투쟁하는 네오에게서 보편적 인류애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스파이더맨'의 주인공 피터 파커는 시리즈를 통해 영웅으로의 자각과 자신의 숙명에 갈등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 관객들이 열광하는 이유이다. 시리즈 영화는 주인공과 관객들이 함께 성장한다. 관객들은 영웅의 탄생을 지켜보고 그들의 활약에 감정이 이입된다.

그러나 한국 영화는 그렇지 못했다. '조폭마누라'는 애초 신은경의 중성적인 캐릭터에 기댄 액션으로 흥행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속편에서는 그러한 틀을 유지하지 못했다. 2편에서 이미 그 색깔을 잃어버렸던 주인공은 결국 3편에서 다른 배우로 교체되고 말았다. 주인공이 힘을 잃어버린 것이다. 코믹 영화의 흥행 기록을 보유한 '두사부일체'는 계두식을 꾸준히 주연으로 내새웠다는 면에서 할리우드 공식을 충실히 따랐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할리우드 영웅과 조폭 계두식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조폭은 관객들로 하여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계두식의 행동에 박수를 보낼 수는 있더라도 그를 영웅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영화가 끝나면 계두식은 잊혀질 뿐이다.

수익구조 다변화 시켜야 　

▶마케팅 차원에서 부진

한국 영화산업에서 부족한 것은 마케팅적 측면이다. 흥행 대박을 이룬 시리즈 영화는 많은 부가가치를 얻을 기회를 제공한다. '수퍼맨'과 '배트맨'은 영화 상영 이외에 각종 캐릭터 상품의 개발로 상당한 부수적 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 '반지의 제왕'은 게임으로 만들어져 세계적으로 막대한 판매고를 올렸다. 주연들을 시리즈에서 지속적으로 노출시켰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제 영화 상영 하나만으로 수입을 올리는 시대는 지났다.

관객들을 극장에서 캐릭터 매장으로 이끌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 영화산업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다양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 한국 영화 주인공들에게서 대중들이 원하는 모습을 찾지 못했기 뿐만 아니라 영화 제작자들의 안일한 대응 자세 때문이기도 하다. 제작자들은 시리즈 영화를 만들면서 대중적인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주인공을 내세워야 한다. 조폭 스토리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한국 영화 제작자들의 조급증

조급증은 영화 제작자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문제점이다. '가문의 부활'이 전작의 흥행을 잇지 못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탄탄한 원작이 갖추어지지 않은 시리즈 영화는 충분한 시나리오 검토가 필수적이다. 흥행 수익만을 노려 단기간에 후속 작품을 내놓는 건 위험하다. 오히려 실패로 이어지기 쉽다. 관객들이 전작에서 만족을 느끼고 후속작을 찾지만, 단지 비슷한 영상과 스토리만을 보고자 하는 건 아니다.

'해리포터'처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했을 경우와는 다르다. '해리포터'는 1년의 터울만으로 속편을 제작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많은 독자들에게서 검증받은 소설을 원작으로 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오히려 원작을 읽은 관객들의 눈높이에 얼마나 맞출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올해 크랭크인 될 예정인 '가문의 족보'가 걱정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에서 할리우드식 블록버스터 영화 시리즈가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아직 확신할 순 없다. 이런 가운데 '흡혈형사 나도열'의 시도는 흥미롭다. 전편이 흥행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였음에도 속편의 제작이 이루어지고 있다. 새로운 한국형 영웅 영화를 그리고자 하는 이런 노력이 시리즈 영화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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