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브라질에서 작은 가슴과 풍만한 하체가 미인의 기준으로 여겨졌으나 최근 국제화 추세에 맞춰 기준이 변하면서 성형수술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15일 보도했다.
신문은 최근 브라질에서 거식증으로 인해 여성 6명이 잇따라 숨진 사건을 지적하면서 “풍만함이 부의 상징이고 수척함은 공포의 대상이라는 전통적인 가치관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1950년대 중반 미스브라질 출신 마르타 로차가 엉덩이와 넓적다리가 다소 풍만하다는 이유 때문에 미스유니버스대회에서 준우승에 그치자, 현지에서는 오히려 서구적 취향에 대한 회의가 제기됐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심지어 브라질에서 불후의 명곡으로 평가받는 보사노바 ’이파네마의 여인’(1962) 가사를 예로 들면서 당시 시대를 관통했던 미인에 대한 기준을 강조했다.
이 노래의 가사는 영어로 “키가 크고 까무잡잡하며 젊고 사랑스러운 여인”으로 번역됐지만 포르투갈어 원문에는 “그녀가 걸어갈 때 등과 엉덩이가 부드럽게 흔들거리는 장면은 시(詩) 이상으로,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극찬한 대목이 나올 정도다.
신문은 지난해 11월 브라질 정부가 내놓은 자료에서 급격한 가치 변화가 감지된다고 강조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식욕억제제 복용 인구가 2001년과 2005년 사이에 2배로 증가해 브라질이 세계 제1의 다이어트알약 소비국으로 부상했다.
상파울루 연방대학의 엘리사우두 교수는 “의학적 원인이 아닌 단순히 미용 차원에서 다이어트 알약이 소비되고 있으며 소비자의 80%는 여성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반구로부터 건너온 이미지 때문에 어떤 희생을 치르고라도 날씬해지기를 원하고 있다”면서 “브라질 여성에게는 가혹한 문화적 부담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지방제거 수술이 유행했고 심지어 80세 이상 여성들 사이에서 성형수술이 성행했다.
하지만 여성들은 매년 동일한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다시 말해 찬바람이 불면서 체육관 등록이 줄어들기 시작하다 연말이면 남반구의 여름동안 해변에서 멋진 몸매를 과시하기 위해 체육관을 찾는 인구가 증가세로 돌아서는 일정한 주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
남성도 성형 열풍에서 예외는 아니라고 신문은 전했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이 치과 성형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아마존 인디언 부족장도 성형수술을 받으면서 “내가 스스로 못생겼다는 점을 알게 됐다. 잘 생긴 외모를 원한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신문은 최근 미의 화신으로 떠오른 톱모델 지젤 번천을 소개하면서 그녀 때문에 수천명의 10대 소녀들이 모델학교와 모델선발대회에 몰려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키가 크고 손발이 가늘고 긴, 가슴이 풍만한 금발의 번천을 두고 브라질 그리고 국가 이미지와 연관시키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
1960-70년대에는 브라질 어린이들은 검은 피부와 풍만한 몸매의 ’수시(Susi)’ 인형을 가지고 놀았으나 1980년대 중반 수시 인형 생산은 중단됐다. 최근 다시 일종의 반발심리로 수시 인형생산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가난에 허덕이는 아마존과 북동부 지역에서는 육체적 풍만이 미덕으로 여겨지며 이 곳에서는 남성들이 자신의 부인과 자녀들의 살찐 몸매를 남들에게 과시하는 풍습이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브라질 남성들이 계급과 인종에 상관없이 아직도 호리호리한 몸매를 여성미의 척도로 여기지 않고 있으며 성관계 대상을 찾을 때 여전히 엉덩이가 풍만한 여성을 선호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