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가 삼성화재배서 우승해야 할 7가지 이유

이창호가 20일 중국 상하이(上海)로 떠난다. 제11회 삼성화재배 결승 3번기다. 마주 앉을 적장(敵將)은 중국의 창하오(常昊). 22, 24일 1·2국을 두고 결판이 안 나면 25일 최종 3국을 치른다. 어떤 결과가 나올까. 패배는 받아들일 수 없다. 이름하여 ‘이창호가 이겨야만 할 7가지 이유’. 하나하나 검증해보자.



1.새해 첫 결승이다=‘첫 단추’가 얼마나 중요한지 지난해 경험했다. 이창호는 작년 초 꼭 이맘때 열렸던 제10회 삼성화재배 결승서 중국 뤄시허(羅洗河)에게 1대2로 졌다. 그 이후 이창호는 국제 무대서 1년 내내 부진, 최악의 ‘작황(作況)’을 남겼다. ‘마수걸이’ 패배는 또 다른 패배를 잉태하는, 불길한 신호탄이다.



2.너무 오래 쉬었다=2005년 3월 춘란배 우승 이후 22개월째 국제 무대 우승이 없다. ‘밥 먹듯’ 우승을 거듭해 무려 22개의 타이틀 탑(塔)을 쌓아 올린 이창호가 ‘아직 안 죽었음’을 이번엔 보여주어야 한다. 나이 서른 둘이 많다고? 이창호가 그토록 싫어하는 비행기에 오르는 이유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3.이세돌은 해냈다=한발 앞서 벌어졌던 제3회 도요타덴소배서 이세돌이 장쉬를 누르고 우승했다. 이창호에겐 분명 자극제다. 둘은 현재 나란히 국내 4관왕으로 천하를 양분 중이다. 2006 바둑대상(大賞) 시상식장에서 그랑프리를 이세돌에게 내준 이창호는 지난해 국제대회서의 부진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기사는 바둑판 위에서 말할 뿐이다.

4.외화 유출을 막아라=한국 주최 메이저 개인전의 한국 기사 우승 기억이 까마득하다. 이세돌의 제9회 삼성화재배(2004년 12월) 제패가 마지막이었다. 한때 ‘외화 획득 부대’로 불리던 한국 바둑도, 그 선봉이던 이창호도 긴 잠에서 깨나야 한다. 게다가 요즘 한국 돈의 국제 시세는 또 얼마나 높아졌는가. 금쪽같은 2억 원이 다시 ‘남의 주머니’로 들어가선 곤란하다.



5.‘밥’에게 먹힐 수는 없다=한 살 아래인 이번 상대 창하오(31)는 이창호와의 통산 전적이 5승 20패다. 결승전서 3번을 만나 모조리 패하는 등 중요 고비 때마다 줄곧 혼이 났었다. 오죽하면 ‘이창호에 의해 성장점이 멈췄다’는 얘기까지 들었었겠는가. 한마디로 ‘밥’이었다는 뜻이다. 성찬(盛饌)을 즐기고 오라.



6.한국 1위 VS 중국 5위=창하오는 30줄이 넘으면서 자국 랭킹 14위까지 추락했다가 최근 간신히 5위로 올라섰다. 이창호는 마치 상록수(常綠樹)같은 모습으로 변함없는 1위다. 현재 보유 중인 자국 내 타이틀 수도 4 대 0. 이쯤 되면 나라 체면을 봐서라도 봐줄 수 없다.



7.Stop Chinese!=중국 바둑이 훌쩍 컸다. 지난해 한국을 압도했다. 금년 봄엔 창하오와 구리(古力) 간의 제6회 춘란배 ‘집안 잔치’까지 예정돼 있다. 시즌 초 회초리를 들지 않으면 연말쯤엔 우리 수염을 잡아당길지도 모른다. 그들을 줄곧 공한증(恐韓症)에 빠뜨렸던 이창호가 역시 적임자다. 두어 판 점잖게 ‘지도’하고 돌아와 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