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가면 큰일이 난다. 머리털을 쥐어뜯기고, 바지춤이 내려간다. 엎어지고 자빠지며, 화장실이 폭발한다. 그런데 요게 참 재밌다. 남들이 수난을 겪는 걸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경우다.
전편 '마파도'는 이렇게 묘한 스릴을 전해주며 조용한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이전까지 조연에만 머물던 이문식, TV 드라마에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던 이정진, 그리고 엽기스런 할머니 여배우들…. 이렇다 할 톱스타 하나 없었지만 유쾌한 '가학' 코미디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름값 높은 스타를 캐스팅해놓고 '죽을 쑨' 작품들에게 귀감이 됐다.
전편의 감동과 흥행수익이 동기가 됐을까? '마파도2'가 2년 만에 나왔다. 군대에 간 이정진을 대신해 이규한이 뭔가 비밀을 간직한 청년으로 나오고, 욕쟁이 할머니 김지영(영광댁)이 가세했다는 것만 다를 뿐 이문식과 그 때 그 '엽기 할매들' 그대로다.
전직 형사 '충수'(이문식)는 죽음의 문턱에서 옛 연인을 찾는 재벌 그룹 회장 측의 의뢰로 '꽃님이'를 찾아 나섰다가, 두번 다시 가고 싶지 않았던 마파도에 들어간다.
치매에 걸려 오락가락하는 회장댁(여운계), 험악한 인상과 괴력의 여수댁(김을동), 끈적끈적한 눈길과 손길의 마산댁(김형자), 벙어리 제주댁(길해연) 등 무시무시한 할머니들은 참 변하지도 않는다. '충수'만 보면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다. 그도 이런 할머니들만 만나면 오금이 저린다.
재탈출을 노리던 중 '충수'는 그토록 찾아 헤매던 꽃님이가 마파도에 살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다. 집요한 탐문수사로 엽기 할머니들의 과거를 들추기 시작한다. 지금은 외딴 섬 마파도에 묻혀 살지만 극성스런 할머니들도 왕년엔 저마다 애틋한 로맨스의 주인공이었다.
전편보다 코미디가 좀 줄었다. 대신 할머니들의 과거를 통해 드러나는 드라마가 흥미롭다. 영광댁이 꾸며낸 로맨스는 눈물을 찍어낼만큼 애절하다.
막판 진안댁(김수미)의 출현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마파도에서 김수미가 차지하는 역할과 힘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50대를 넘어 평균연령 환갑을 바라보는 중년배우들의 도전이 아름답다. 스크린 무대인사에서 젊은 관객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노장들의 투혼이 멋있다. 개봉은 18일. 12세 관람가다.
- Copyrights ⓒ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