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신중파

〈제12보〉(173~184)=재주가 번뜩이되 실수가 잦은 기사도 있고, 화려한 맛은 덜 하지만 손에 들어온 승리는 결코 놓치지 않는 신중파 기사도 있다.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할까. 관점에 따라 다를 것이다. 확실한 것은 후야오위가 후자에 속한다는 점. 끈기와 신중함의 화신인 이창호를 상대로 그는 돌다리를 두들겨보더니 다리 밑으로(?) 건너가기 시작한다.

175는 성립하지 않는 수. 177로 차단했으면 참고 1도처럼 이 흑은 잡혔을 것이다. 13 이후 A와 B가 맞보기. 4로 참고 2도처럼 변신하는 수가 다소 복잡한데, 25까지 이 수상전 역시 흑이 한 수 부족이다. 하지만 흑을 살려줘도 176, 178을 두어 우세하므로 확실한 길을 가겠다는 게 후야오위의 생각.

181은 타이밍이다. 나중에 두면 백이 2점을 버리고 밖을 싸바를지 모른다. 이 때 184란 문제의 일착이 터졌다. 검토실 소장 기사들이 “마침내 기회가 왔다”며 흥분한다. 백은 어떻게 두어야 했으며 흑이 기회를 살리는 수순은? 최후의 전장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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