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이창호 탈락

〈총보〉(1~192)=흑의 마지막 수가 된 문제의 191을 다시 재판정에 세워본다. 이 수로 참고도처럼 정리해 갔으면 백이 1집 반 정도 우세했다는 최종 결론이 났다. 5의 자리가 어차피 흑의 권리임을 주목하자. 앞서 169로 170에 먼저 두어 2집을 손해보지 않았더라면 지극히 미세한 바둑이었던 셈이다.

출발은 이창호가 즐기는 흐름. 이후 중요한 고비에서 흑이 잇달아 전장을 이탈하면서 역전됐다. 이창호는 이후 배수의 진을 친 채 온갖 승부수로 저항, 힘겹게 균형을 되찾았지만 다시 집중력이 무너지며 허무하게 무릎을 꿇었다. 이 바둑만큼 이창호 특유의 침착함과 치밀함이 실종된 바둑도 찾기 힘들 것이다.

이로써 LG배 최다 우승자(총 4회) 이창호는 3년 만의 패권 탈환 야심이 무산된 채 8강에 머물렀다. 후야오위의 침착한 방어도 인상적이었다. 뜻하지 않은 ‘사고’가 없었더라면 ‘같은 과’로 꼽히는 두 사람의 막판 끝내기 대결이 볼 만했을 텐데, 그 점도 아쉽다. (94…66, 153 159…149, 156 162…150, 192수 끝 백 불계승, 소비시간 백 2시간 59분, 흑 2시간 56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