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의 여제’ 루이… 그녀의 끝은 아무도 모른다

루이나이웨이(芮乃偉·44) 九단은 보면 볼수록 불가사의한 승부사다. 어떤 강자도 세월이 흐르면 뒷물결에 의해 밀려나는 법이건만 그녀의 아성은 꿈쩍도 않는다. 20대 초·중반 청년들이 점령, 40대 중반쯤의 기사들이 명함 내밀기조차 힘들어하는 남성 바둑계의 ‘풍속도’와는 딴판이다. 한번 밀려난 전왕(前王)의 정상 컴백은 불가능하다는 승부세계의 속설마저 뒤집은 철녀(鐵女). 그녀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여류국수, 여류명인, 여류기성전 등 여성 타이틀 3개가 현재 모두 루이의 손아귀 속에 있다. 제3기 전자랜드배 주작부(여성부) 우승을 포함할 경우 현역 4관왕이다. 차기 챔프를 향한 각 타이틀전 경쟁의 중심에도 루이가 자리잡고 있다. 신예 이다혜(22) 三단의 도전을 받은 8기 여류명인 도전기에서 이미 첫판을 선제했다. 26일의 2국마저 이길 경우 3연패(連覇), 통산 6회 우승이다.

선수권제인 제13기 여류국수전은 어떨까. 23일 루이 대 이영신(30), 조혜연(22) 대 박소현(19)의 준결승이 벌어지고 그 승자가 내달 5일 결승 3번기에 돌입한다. 여류기성전은 지난 연말 첫 패권을 손에 넣었다. 올해 전자랜드배 주작부 역시 루이 대 김세실(19), 박지은(24) 대 권효진(25)의 4강전으로 좁혀진 상태. 그녀가 빠진 여류 기전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99년 봄 한국에 정착한 루이는 그해 제6기 여류국수를 시작으로 만 8년간 한국 국내 타이틀만 12개를 땄다. 그중엔 국수전과 맥심배 등 혼성 기전에서 챙긴 전리품도 2개나 있다. 하지만 그녀로서도 항상 ‘태평연월’은 아니었다. 조혜연이 2003년 11월 여류국수전에서 루이를 제친 데 이어 여류명인마저 접수, ‘여류 전관왕’에 올랐었기 때문. 그 기간이 약 14개월쯤 됐다. ‘자연의 법칙’대로라면 루이 시대는 분명히 끝났었다. 하지만 그녀는 2005년 초 여류명인 탈환으로 조혜연에게 다시 따라붙더니, 작년 3월 여류국수마저 되찾으며 시계 바늘을 3년 전으로 되돌려놓았다.

루이 九단은 아직도 엄청난 양의 공부를 한다는 소문. 주요 행사가 벌어지는 곳이면 반드시 나타나 장시간 검토에 참여한다. 집에 머물 때도 인터넷으로 경쟁자들의 동향을 끊임없이 추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의 통치 기간은 앞으로 얼마나 더 연장될까. 견해는 분분하지만 이 순간 가장 많이 노력하고,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리는 여성이 루이란 점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금년에도 여성 바둑계는 루이 九단을 태양 삼아 추격자들이 행성처럼 돌아가는 모습으로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