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 투혼 박정상… 또 뭔가 보여주려나

“저 친구 승단 한 번 더 할 모양이네.” 박정상(23) 九단이 九단들만의 제전인 제8기 맥심배 입신 최강전 결승에 진출하자 동료들이 부러움 반, 시샘 반으로 던진 말이다. ‘九단 대회 우승자’는 싫건 좋건 ‘10단’ 아니냐는 의미였다. 19일 강원랜드 내 하이원 스키장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박정상은 이 대회 터줏대감 유창혁을 꺾고 결승 고지를 밟았다. 마지막 장애물은 먼저 결승에 선착해 있는 이세돌(24). 결승 3번기는 25일 개막된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박정상은 五단에 불과했다. 하지만 5월 六단으로 승단한 지 한 달 후 전자랜드배 준우승 덕에 七단이 되더니, 다시 7월 후지쓰배에 태극기를 꽂으면서 일약 ‘신(神)’의 반열에 올랐다. 그 여세를 몰아 신예연승최강전도 정복했다. 지난해 후반기 이후 그는 눈부신 활약 속에 바둑 동네가 ‘실력 천국’임을 온몸으로 입증해 보였다.

이세돌과 박정상 간의 결승 조합은 꽤 낯선 느낌. 결승 대결이 처음이란 사실도 그간 두 사람의 신분 차이(?)를 확인시켜 준다. 역대 전적도 박정상의 일방 열세다. 지난해 4연패 포함 통산 7전 전패. 상극 관계인지, 실력의 차이인지는 앞으로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봄 이후의 ‘마당쇠 정신’이라면 무엇을 못하랴. 박정상은 최근 머리를 완전 삭발했다. 세계를 정복하고 최고단에도 올랐건만 박정상은 정작 이제부터 무언가를 보여주려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