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은 한국 영화계에 '기록의 해'로 남을 만한 한 해였다.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 이후 잠잠하던 한국영화 흥행기록은 '왕의 남자'와 '괴물'에 의해 차례로 깨어졌다.
아무도 흥행을 예상치 못했던 '왕의 남자'는 1230만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았다. 그리고 많은 기대를 모았던 '괴물'은 그에 걸맞게 1300만명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이들 '투톱' 영화의 해외 세일즈 실적은 국내에서의 명성에 비하면 초라해 보이기까지 한다.
'왕의 남자'는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 태국, 프랑스 등에 판매되는 데 그쳤다. 해외 배급을 맡은 CJ엔터테인먼트 측은 "연산군 시대의 역사를 모르는 외국인들이 보기에는 썩 매력적인 영화가 아니었던 것 같다"며 고전의 이유를 밝혔다.
그렇다고 수출가가 높았던 것도 아니었다. CJ 측의 한 관계자는 "액수를 밝히기가 민망할 정도로 싼 가격에 판매됐다"며 "솔직히 100만 달러(약 9억4000만 원) 이상 받고 판 나라가 없다. 일단은 팔았다는 데 의미를 둬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나마 '괴물'은 상황이 좀 나은 편이다.
배급사인 쇼박스에 따르면 '괴물'은 일본 등 아시아 다수 국가, 미국, 프랑스, 독일 등 30여개국에 판매되는 실적을 올렸다. 수출국 중에는 유고 등 동유럽 국가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과테말라 등 중남미 국가들도 포함돼 있어 구색도 화려하다.
수출가도 총 850만 달러(약 80억 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에 대한 수출가는 아쉬움을 남겼다. 총 470만 달러(약 44억 원)에 판매된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의 평균 수출가는 100만 달러 남짓에 불과(?)했다.
지난해 한국영화의 '대표선수'로 꼽혔던 두 작품이 이같은 성적표를 받았다. '많이 컸다'며 스스로 배를 두드리기 보다는 앞으로 캐야 할 금맥이 많이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성적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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