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가. 그리고 올해 한국영화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까. 한국영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세 명의 저명인사들로부터 조언을 구해봤다.
지난해 한국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던 '괴물'의 제작자인 청어람 최용배 대표는 "결국 연말에는 괜찮은 성적표를 받아들 것"이라고 낙관했다.
최 대표는 "그동안 한국영화는 한 해가 좋으면 이듬해는 안 좋고, 안 좋은 해 다음해는 좋은 식의 리듬이 계속돼 왔다"며 "투자가 위축되긴 하겠지만 결국 만들어질 영화는 다 만들어진다. 오히려 진정한 옥석을 가려내는 '필터링' 효과가 있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최 대표는 지난해 한국영화가 거품이 많았던 데 대해 "아무래도 편수가 늘어나면 좋은 영화가 더 만들어지기보다는 함량 미달의 영화가 생기기 쉽지 않겠느냐"며 "지난해는 편수가 많은 만큼 졸작도 많아 보였을 테고, 배우나 스태프들의 에너지가 분산된 것도 큰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최 대표는 이어 "올해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원하는 만큼 많은 영화를 만들지는 못할 것 같다"면서도 "힘들지언정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 생각한다. 분명히 한국영화는 건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김형준 회장은 "여러모로 상황이 어려운 건 사실"이라면서도 "위기는 기회를 의미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현 가드텍 대표이기도 한 김 회장은 한맥영화사 대표 시절 '실미도'로 한국영화 부흥의 신호탄을 쏴 올렸던 주인공.
김 회장은 "지난해 한국영화 수익률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는 자본이 많이 빠질 것이다. 때문에 한국영화 산업 자체가 위축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면서도 "오히려 편수가 많이 줄기 때문에 지난해와 같은 한국영화끼리의 과당 경쟁은 없어질 것이다. 만일 내가 돈이 많다면 오히려 올해 과감한 투자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올 7월부터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하게 되는 영화노조에 대해서도 조심스런 전망을 내놨다. 김 회장은 "영화노조의 본격 출범은 선진 제작 시스템으로 가는 좋은 과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다만 선진화된 시스템이 한국영화의 경쟁력을 담보해주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에 대해 "그동안 한국영화는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배우와 스태프들이 조건 없이 추가 촬영을 하곤 했는데, 이제 이같은 모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결국 우리 영화계도 할리우드처럼 PD 중심의 시스템이 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영화평론가 강한섭 서울예대 교수는 "한국영화는 현재 만들면 만들수록 손해 보는 상황"이라며 "DVD, VHS 등 부수시장이 무너진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이어 "외국의 경우 박스오피스보다 부수시장이 2~4배 크지만, 우리는 아예 몰락 지경이다. 어떻게든 이 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강 교수는 "한국영화의 평균 제작비는 일본과 거의 비슷하고, 배우 출연료는 2배 이상"이라며 "사실 제작비 합리화가 가장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미 치솟은 제작비를 내리긴 힘들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해외시장, 이 중 일본시장 개척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사실 한국영화의 수출 시장은 대단히 협소하다.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가 걸림돌이고, 동남아 각국은 너무 시장이 작다. 결국 일본이 최대의 시장"이라며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의 흥행에서 알 수 있듯 블록버스터 영화가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이들의 구미를 잘 파악해서 아이디어를 개발해야만 지난해의 부진을 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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