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위축이냐, 현실적 위기냐?
영화는 한 해 1억 6000만여명이 극장을 찾아 스포츠와 예술 등을 통틀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즐기는 국민산업이다.
그런 양적인 팽창에도 불구하고 해외수출 급감, 수익성 악화, 투자자본 감소 등이 감지되면서, 최근 한국영화에 대한 심리적 위축론과 현실적 위기론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8편이 개봉, 이중 손익분기점을 넘은 작품은 22편에 불과했다. 국내 영화시장이 급속성장, 이른바 '돈이 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영화정신'이 없는 사람들이 영화계에 진입해 영화시장이 일종의 투기장화된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중진 영화인은 "준비 안 된 제작자나 감독(지난해 개봉 편수의 50%가 신인감독)이 영화제작에 뛰어들고, 투자자의 성화에 못 이긴 졸속제작에 따른 흥행 실패가 화를 부르고 있다"면서 "무엇보다도 충무로 정신, 영화가 예술이라는 정신, 무엇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하는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토로했다.
스포츠조선은 한국영화계에 감지되고 있는 위기론을 집중분석, 그 방향을 제시한다. < 편집자 주>
'한국영화 이대로는 안 된다.'
한국영화의 미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양적으로 성장했다고 하지만 올해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심지어는 부동산 거품에 빗대 붕괴론 내지는 위기론을 내놓고 있다. 이대로는 정말 위험하다는 게 영화계 전반의 공통된 의견이다.
위기론의 근거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게 양적 성장 뒤에 드리워진 질적 부실의 그늘이다.
CJ엔터테인먼트의 최근 결산 자료에 따르면, 한국영화는 모든 면에서 성장했다. 지난해에 비해 관객수가 14.6% 증가했고, 한국영화 점유율이 64.7%로 사상 처음 60%대를 돌파했다. 2006년 흥행작 '톱20' 가운데 14편이 한국영화이고, 300만 명 이상 관객을 동원한 작품 11편 중 8편이 한국영화였다.
그러나 뒤이어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결과는 정반대다. 영진위는 우선 지난해 개봉 영화 108편 가운데 평균 제작비 40억원의 손익분기점인 130만 관객을 넘어선 영화는 22편에 불과하다. 10편 중 8편은 말 그대로 망한 셈이다. 2004~2005년에 손익분기점을 넘는 영화의 비율이 30~35%였던 것과도 비교된다.
수출실적도 급감하고 있다. 2006년의 한국영화 수출총액은 약 2450만 달러. 이는 전년 대비 68%나 감소한 수치다. 2001년부터 매년 30% 이상 가파르게 성장했던 것에 비하면 속절없는 폭락이다. 특히 그동안 큰 비중을 차지했던 일본 수출 실적이 82.8%나 떨어졌다. 편당 수출가격도 지난해 37만6000달러에서 11만8000달러로 절반 이하로 하락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수익률이다.
지난해 한국영화 수익률은 한 자릿수 내지는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으로 예측된다. 매년 한국영화 시장분석 자료를 내놓고 있는 아이엠픽쳐스에 따르면, 2004년과 2005년의 투자 수익률이 각각 5.5%와 5.3%. 그러나 이는 각각 5830만 달러, 7600만 달러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해외판매를 포함한 것으로, 실제 국내 매출만으로는 4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따라서 영화의 제작 편수는 많아지고, 해외수출은 급감한 점을 감안할 때, 2007년의 투자 수익률은 기대를 훨씬 밑돌 것으로 보인다.
카메라가 없어서 수입을 하고, 밥차가 모자라서 2~3배로 증차했다는 말은 이제 전설로만 남을 상황. 영화 제작과 개봉 사이에 약 2년여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이대로라면 향후 1~2년내에 한국영화엔 일대혼란이 닥쳐올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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