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가 없습니다. 스타를 캐스팅하지 않으면 투자 자금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 영화제작자
"스타요? 물론 보고 싶죠. 하지만 스타보다는 작품성이 우선이에요." - 관객
한국 영화가 하향 곡선을 탔다.
한국 영화에 열광하던 관객들이 시들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스타만 있고, 작품은 없는' 구시대적인 초라한 현실 때문이다. 특히 '캐스팅만 잘해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영화계의 속설은 이제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제 살 깎아먹기'로 영화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스타 감독은 물론 주연 배우 정지훈(비)과 임수정의 명성 덕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반응은 의외로 적었다. 80만에도 못 미치는 초라한 흥행 성적표를 받았다. '국민 여동생' 문근영의 '사랑따윈 필요없어'도 마찬가지였다. 이름값만으로도 '100만은 넘을 것'이라는 안일한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병헌의 '그 해 여름'도 크랭크인 전 400만 달러가 넘는 고가에 일본에 수출됐으나 국내에서는 간신히 30만을 넘기며 쓸쓸히 퇴장했다. 흥행 성적이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봉 전 관심에 비해 개봉 후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
뿐만 아니라 스타만 찾는 영화계의 풍토 때문에 공멸할 위기에 처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 따르면 지난해 영화 1편의 평균 제작비는 40억2000만원. 이중 톱스타들의 개런티가 최대 5억원에 육박했다. 따라서 영화 1편의 주인공을 남녀 2명으로 봤을 때 전체 제작비의 25%가 개런티로 지출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머지 75%로 작품을 완성한다는 것은 '도박'에 가까운 '무모한 도전'이 됐다. 지난해 108편의 개봉작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이 고작 22편에 불과하다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결과라는 분석이 이를 방증한다.
작품 완성도가 낮다보니 덩달아 한류도 내리막 길이다. 무엇보다 돈이 되는 일본에서의 한류 열풍은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렸다. '욘사마' 배용준, '뵨사마' 이병헌, '승사마' 송승헌 등 몇몇 한류 스타들의 팬미팅에만 골수 팬들이 몰릴 뿐 정작 한국 작품에 대한 관심이 없다. 일례로 지난해 일본에는 61편의 한국 영화가 수입돼 할리우드와 프랑스 영화의 뒤를 이어 외화 개봉편수 3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흥행에는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각각 1230만과 1301만 관객을 기록하며 한국 영화 흥행기록을 다시 쓴 '왕의 남자'와 '괴물'도 한류의 최대 시장인 일본에서 외면받았다.
산케이신문은 이에 대해 '한국에서 영화 제작이 난립해 작품수가 늘었고 결국 일본 관객이 질려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지금까지가 거품이었고, 지금이 오히려 정상'이라고 평가를 내릴 정도였다. 이런 분위기 탓에 한국영화를 수입하는 일본 바이어들은 가격 담합으로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그만큼 작품의 질이 들쭉날쭉해 좋은 작품을 고르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한국영화의 하향세는 수출 실적에도 영향을 끼쳤다. 영진위는 최근 한국영화 수출액이 2451만달러를 기록, 2005년(7599만달러)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수출 편수는 208편으로 지난해(202편)에 비해 6편이 늘었으나, 수출 단가가 곤두박질쳤다. 2005년 37만6000달러였던 편당 수출가격이 지난해 11만7000달러로 주저앉았다. 무엇보다 아시아 최대 시장인 일본에서의 감소율이 컸다. 전년 대비 82.8%나 하락해 수출액은 6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렇듯 한국영화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이름만 번지르하게 앞세운 '스타 마케팅'을 버리지 않고는 한국영화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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