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파리… 감독 18명이 노래하는 '파리 예찬'

18편의 단편을 묶은 옴니버스 영화 ‘사랑해, 파리’(2월1일 개봉)는 사랑을 주제로 한 파리 예찬곡. 파리라는 배경과 사랑이라는 주제만 만족시킨다면, 형식과 내용은 자유분방이다.

참여한 감독들의 이름만으로도 눈이 부시고 배가 부르다. 코엔 형제, 알렉산더 페인, 구스 반 산트, 웨스 크레이븐, 알폰소 쿠아론, 월터 살레스, 다니엘라 토마스, 거린다 차다, 스와 노부히로, 빈센조 나탈리, 올리비에 아사야스, 톰 티크 베어, 크리스토퍼 도일, 프레데릭 오뷔르탱, 실뱅 쇼메, 이자벨 코이셋, 리처드 라그라베네제, 브뤼노 포달리데, 올리버 슈미츠가 그 빛나는 18명의 이름이다. 나탈리 포트만, 엘리야 주드, 줄리엣 비노쉬, 닉 놀테, 매기 질렌할, 스티븐 부세미 등 그 감독들과 조합을 이룬 스타들의 이름도 당연히 반갑다.

취향에 따라 호오가 갈리겠지만, 가장 재기 넘치는 작품은 코엔 형제가 스티븐 부세미와 함께 찍은 단편이다. “파리의 지하철에서는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말라”는 여행자를 위한 충고를 무시한 미국 관광객 부세미가, 튈를리 지하철역에서 겪은 고통이 재기발랄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묘사됐다.

문제는 단편 18편을 116분에 묶어 내다 보니, 한 편의 분량이 5분 남짓이라는 것. 드라마에 흥미를 느낄 즈음이면 허무하게 끝나 버리는 아쉬움을 감내해야 한다. 몽마르트 언덕, 세느 강변, 소울 메이트를 만날 것 같은 마레 지구, 튈르리 지하철역, 16구역의 고급주택가, 차이나타운, 에펠탑, 몽소 공원 등 파리 구석구석에 대한 관광은 덤이다. 2006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개막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