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포터 - 젤위거와 맥그리거 '순수한 사랑'

여성 취향이 강한 한 편의 영화가 관객들과 만난다. '미스 포터'(Miss Potter, 감독 크리스 누난)다. 현재까지 1억부 이상 팔린 동화책 '피터 래빗'의 저자인 베아트릭스 포터의 삶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귀족 사회의 잔재가 남아있던 19세기. 주인공 베아트릭스 포터가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다. 어린 시절 그녀의 관심사는 단 하나, 대자연 뿐이다. 그림 속 동물들과도 대화를 나누며 동화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세상은 그녀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32세의 노처녀가 된 포터는 여느 귀족 출신의 여인들처럼 좋은 집안에 시집가라는 부모의 성화에 시달린다. 그러나 포터는 관습에 찌든 세상을 거부한다. 여성의 사회 생활을 철저히 천대하지만 결혼을 통한 안락한 삶보다는 일을 택한다.

자신의 동화책을 낼 꿈에 부푼 포터는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첫 동화책을 출판한다. 이 과정에서 출판업자 노먼을 만난다. 둘은 책에 대한 열정을 공감하며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사랑은 또 다른 시련을 낳는다. 출신이 미천한 노먼과의 만남을 집에서 반대한다. 그리고 포터는 아버지의 중재로 노먼과 잠깐 이별한다. 그러나 이것이 인연의 끝이다.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하면서 두 사람의 사랑은 결혼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하지만 이들의 이별에도 아름다운 전율이 흐른다.

메가폰은 '꼬마돼지 베이브'의 크리스 누난 감독이 잡았다. 10년 만의 외출이다. 그동안 온갖 시나리오와 사투를 벌인 그는 "'미스 포터'만큼 나를 감동시킨 작품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는 포터가 그린 동물들을 통해 동심의 세계를 예술적으로 승화시켰다.

여기에다 주연배우 르네 젤위거와 이완 맥그리거의 순수한 열정은 영화의 재미를 극대화한다. 세월의 풍파에도 꼿꼿하게 동심을 간직한 이들의 모습에선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무엇보다 젤위거가 지니고 있는 '절제의 미'가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25일 개봉,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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