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형세 백중

〈제7보〉(86~99)=아군 병력이 더 많은 곳에서 동등한 조건의 패(覇)가 발발한다면 두말할 것도 없이 실패다. 지금 백의 입장이 딱 그렇다. 90으론 보통 참고 1도 1이 맥점이지만 이 경우엔 6, 8의 버팀수가 또 등장한다(흑 A면 다시 패). 고심 끝에 90 쪽에서 몰자 패의 가치는 더욱 커졌다. 91에 또 23분이나 썼다.

93의 팻감에 백은 끙끙 앓다가 할 수 없다는 듯 94로 해소한다. 참고 2도 1로 잇고 3은 흑 대마의 탄력성이 좋아 도저히 못 잡을 형태. 그 결과 중앙은 깨끗해졌으나 대신 95가 너무 아프다. 프로들의 은어로 ‘내장이 뚫려버린’ 참상이다. 최규병 九단이 정밀 계산 끝에 “교환 과정에서 흑이 덤 이상 득 봐 전국적으론 백중해졌다”고 진단한다. 앞서 흑이 결정타를 놓쳤던 죄과다.

문제는 우변의 처리. 96으로 틀을 잡았지만 97, 99가 상용의 맥점이다. 두터워진 세력을 배경으로 우변 백돌을 마구 몰아붙일 심산. 난타전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89…▲, 9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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