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대 조혜연, 여류국수 놓고 또다시 쟁패

여성 프로 기전의 효시는 94년 시작된 여류국수전. 초창기는 윤영선과 이영신의 각축장이었다. 그러나 루이나이웨이(芮乃偉·44)가 99년 한국에 정착하면서 패권은 곧장 이 중국 출신 ‘아줌마’에게로 옮겨갔다. 루이는 여류국수전뿐 아니라 여류명인전서도 3연패(連覇)를 달성하며 파죽지세로 한국 여성 바둑계를 석권해 나갔다.

그녀의 일방독주는 2003년 가을, 당시 18세 여고생이던 조혜연(22)에 의해 깨졌다. 조혜연은 이듬해 여류국수 2연패(連覇)를 이루며 여류명인까지 접수했다. 이미 40고개를 넘긴 루이는 흘러간 강물처럼 그렇게 사라질 듯 했다. 하지만 조혜연의 ‘전관왕’ 통치는 14개월 만에 끝났다. 그녀가 활동 반경을 캠퍼스(고려대 영문과)로 넓히고 종교에 몰입한 사이 루이는 홀연 회군(回軍)해 보좌로 컴백했다. ‘철녀(鐵女)’는 이제 신생 여류기성 포함, 3개 전 기전을 독식하며 3년 전보다 더욱 혹독해진 철권통치를 휘두르고 있다.

그 유서 깊은 여류국수전의 결승 3번기가 2월 5일부터 또다시 둘 간의 싸움으로 시작된다. 2000년 제1회 흥창배 첫 쟁패(爭覇) 이후 두 사람이 펼치는 통산 11번째 패권 다툼이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려는 루이의 끝없는 도전이 장엄하다면, ‘토종(土種)’ 전체의 명예까지 짊어진 조혜연의 복귀 투혼은 전율스럽다. 무려 33번을 싸워 루이가 21승 12패로 우세. 지난해 5연승으로 간격을 벌렸다. 13번째 여류국수, 그것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