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배, 너를 다시 안아줄게”

새해 벽두부터 동양 3국 바둑계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한·일 대결로 펼쳐진 제3회 도요타덴소배 결승서 이세돌이 장쉬를 꺾어 한국 팬들을 으쓱하게 만들더니, 뒤이은 제11회 삼성화재배 한·중 패권 다툼(이창호 대 창하오)에선 중국 쪽에서 환호가 터졌다. 이어지는 제3탄은 제8회 농심배 최종 라운드. 2월 6일부터 9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벌어질 이번 격돌은 3국 대항 단체전이란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각국에서 5명씩 나와 2라운드까지 치른 결과 현재 남아있는 ‘병력’은 한국과 중국이 각 2명, 일본은 1명.

최종 라운드는 6일 한국 4번 주자 박영훈 대 일본 최종 주자 요다(依田紀基)전으로 스타트한다. 박영훈(22) 九단은 올해 농심배 최고의 풍운아. 한국은 1라운드서 조훈현 최철한이, 2라운드 들어 원성진이 1승도 못 올리고 몽땅 탈락했으나 박영훈의 3연승에 힘입어 극적으로 균형을 되찾았다. 게다가 박영훈의 기세는 현재 진행형이다. 최종 라운드서도 연승 행진을 계속해 3승만 더 추가한다면 한국의 우승이 확정된다. 그 경우 6연승으로 농심배 개인 최다 연승 기록도 바뀔 것이다. 종전 기록은 이창호(6회)와 중국 후야오위(胡耀宇·4회), 펑첸(彭筌·8회) 등이 한 차례씩 세웠던 5연승.

박영훈이 중도에 막힐 경우 ‘최후의 수문장’ 이창호가 나선다. 이창호는 농심배 1회부터 6회까지 주장(최종 주자)으로만 출전, 14전 전승을 마크하며 한국의 6연패(連覇)를 이끌었던 ‘우승 청부업자’. 그런 이창호도 작년 7회 때는 일본 요다에게 막혀 1승도 못 올린 채 탈락했고 대회 패권도 사상 처음 한반도를 떠났었다. 이창호의 올해 ‘역할’은 그래서 특히 주목된다. 삼성화재배 결승 패배 충격에서 벗어날 찬스이기도 하다.

중국은 자국 랭킹 1~2위인 구리(古力·24)와 쿵제(孔杰·25)의 ‘원투 펀치’가 대기 중이다. 구리는 LG배의 현역 선수권자이자 자국 3관왕. 속기에 능하고 감각이 발군이란 평이다. 쿵제는 최근 구리와 중국 최대 타이틀 창치배를 놓고 겨뤄 우승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일본은 요다(41) 1명뿐이지만 전년도 우승의 주역이란 프리미엄이 빛난다.

과거 전적을 봐도 한국의 막연한 낙관은 금물이다. 박영훈은 요다에게 1승을 거둔 반면 구리에게 2승3패, 쿵제에게 2패를 기록 중이다. 또 이창호는 요다에게 8승10패로 ‘천적(天敵)’ 이미지를 아직도 씻어내지 못했다. 구리를 상대해선 3승2패로 앞섰지만 쿵제에겐 1승2패로 뒤져있다.

대회 특성상 개인과 단체(국가)가 동시에 뜰 수도, 가라앉을 수도 있는 것이 농심배다. 올해의 스타는 박영훈일까, 이창호일까. 삼성화재배에 이어 중국의 득세가 계속되거나 일본이 2연패(連覇)의 위업을 이루지 말란 법도 없다. 각 1시간에 60초 1회의 준속기전이며 단체 우승 상금은 1억 5000만원. 3연승으로 연승 상금 1000만원을 확보한 박영훈은 앞으로 1승마다 1000만원씩 추가 보너스를 지급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