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출연한 영화도 못보는 남자.
아직도 배우 중에 이런 사람이 있다. 1994년에 데뷔해 올해로 연기경력 14년차에 접어든 '중참' 연기자 권오중(36).
도무지 이게 말이나 되는 얘기인가? 하도 신기해서 이유를 물었더니 "부끄러워서"다. 권오중은 이번에 주연을 맡은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감독 박성균, 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시사회 때도 역시 참지 못하고 영화가 시작되자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가 돌아왔다.
"제가 저를 보는 게 아직도 어색해요. 부끄럽고 창피하고…. 지금껏 한 번도 제가 출연한 영화를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제 연기를 본 소감 같은 걸 말씀드릴 수가 없죠. 혹시나 제 연기를 보고 좌절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따라다녀서요. 허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권오중은 그만큼 순수하고 맑다. 30대 중반의 나이가 전혀 보이지 않는 동안처럼 늘 젊고 신선하다.
그동안 시트콤 등을 통해 보여줬던 코믹 이미지와도 사실 거리가 멀다. 권오중은 시트콤 '순풍산부인과'(SBS)를 통해 코믹 이미지를 많이 쌓았다. 약간은 과장된 연기가 서글서글한 인상과 합쳐져 묘한 조화를 이뤘다.
그러나 정작 그는 봉사단체인 '천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천사모)을 만들어 활동할 만큼 진중하고 속 깊다. 4년 전부터 희귀난치병환자, 극빈자 등을 찾아 기쁨과 아픔을 함께 하고 있다. 홍대 금속공학과를 나왔지만 지난 2년간 서울사이버대에서 사회복지를 다시 전공한 것도 순전히 사회복지를 전문적으로 하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었다.
"5년 전에 아들이 아팠던 적이 있어요. 당시 병원에서 희귀근육질환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가 정말 좌절했던 적이 있는데요. 다행히 오진으로 밝혀지면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죠. 그 후론 이런 환자들이나 사회복지에 대해 다시 보게 됐어요. 기회 있으면 동참하세요.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겁니다."
권오중의 맑고 따뜻한 시선은 가족을 유난히 아끼는 생활과 안티팬에 대한 대처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겸손한 배우 권오중의 다음 변신은 뭘까? 베드신이 들어간 멜로는 어떠냐고 했더니 돌아오는 답이 역시 너무 가정적이다.
"아마 아들이 왜 다른 여자랑 뽀뽀하냐고 당장 달려들걸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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