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이 기존의 상식을 깨는 시네마 리뷰 '영화기자 '3김'의 와글와글 시네합평'을 새롭게 선보입니다. 본지의 영화전문 기자 3명의 거침없고 솔직한 비평을 난상토론으로 엮어내는 겁니다. 일체의 '선입견'을 배제한 채 '보고 느낀 그대로'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주고 받습니다. 때론 거북한 소리도, 거슬리는 표현도 서슴지 않을 것입니다. 독자에게 보다 솔직하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보다 다양한 의견 청취를 위해 영화 관계자와 독자까지 이 공개의 장으로 초대할 계획입니다. 본지가 해부한 첫번째 영화는 '너는 내 운명'으로 제26회 청룡영화상 감독상에 빛나는 박진표 감독의 '그놈 목소리'(제작 영화사 집)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신랄한 지적을 당부드립니다. < 편집자주>
김인구 기자(이하 구)=아 좀 그렇네. 팩션 드라마라는 게 눈에 거슬려요. 다른 데는 보니까 영화적으로 색다른 시도라고 칭찬하는 분위기던데 전 좀 달라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지는 '그놈 목소리'의 공개수배(수사 당시의 진범 목소리를 그대로 들려준다)는 단지 이슈를 만들기 위한 장치라는 생각 밖에는 안 드는 이유가 뭘까요?
김성원 기자(이하 원)=글쎄, 그렇긴 한데…. 그래도 그 시도에 의미가 있잖아요. 팩션 드라마가 요즘 추세이기도 하고.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인기를 끌었던 '보랏'도 알고보면 다큐멘터리같은 기법이 관심을 끌었던 거라고요. 그렇게 접근하고 싶어요.
김천홍 기자(이하 홍)=문제는 그거보단 밋밋한 내러티브에 있는 거 아닐까요? 1991년 이형호군 유괴 살해 사건이라는 아주 독한 이야기가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강력한 맛은 없어요.
구=그렇죠. 누구나 알고 있는 소재인데다 너무나 팩트에만 집착한 나머지 영화적인 재미를 놓친 거죠. 사실 영화 보면서 중간에 많이 지루했어요. 매 영화 장면과 내러티브마다 재미와 감동이 있을 수는 없지만요.
원=맞아요. 이번엔 박진표 감독의 전작 '너는 내 운명' 만큼 폭발적인 감성은 없더라고요. 그저 단조롭고 평이해서 힘이 없는 느낌.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박수를 받을만 해요. 특히 설경구의 라스트 신은 감동, 감동! 아이가 있는 아빠로서 저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고였어요.
홍=강동원도 좋았어요. 지금까지는 연기력이 떨어진다는 게 대세였지만 목소리 연기 하나로 이런 우려를 말끔히 씻더군요. 강동원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이후로 점점 성장하는 게 보여서 참 보기 좋아요. 대신 오랜만에 연기자로 컴백한 김남주는 그저 평범한 수준 정도랄까. 그래도 고소영 만큼 혹평은 듣지 않겠어요.
원=저도 김남주의 연기엔 여전히 회의적이에요. '쌩얼' 연기, 연기에 몰입한 나머지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는 메이킹 스토리를 들었지만 뭔가 아쉬워요. 김남주만이 가진, 캐릭터에 대한 더 깊은 에너지가 나올법도 한데…
구=설경구는 라스트 신이 좋았지만 그래도 아쉬워요. 기대가 커서 그런건가. 하여간 '역도산'부터 '공공의 적2', '사랑을 놓치다', '열혈남아'로 이어지는 흥행 부진이 많은 짐이 되고 있나봐요. 역시 '박하사탕' 만큼 그를 잘 보여준 역할은 없었던 거 같아요.
홍=어쨌거나 영화는 소재의 독특함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긴장감이 덜해요. 그래서 제가 내린 평점은 10점 만점에 6.8점.
원=그래도 박진표 감독은 '너는 내 운명'에서 보았듯이 팩트를 영화적으로 소화해내는 능력은 인정해야죠. 흥행도 잘 됐으면 좋겠는데…. 전 7.5점.
구=그러게요. 하여튼 이제 몫은 관객들에게 넘어갔어요. 관객들의 선택을 두고 보자고요. 전 6.1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성격파 배우 설경구와 세련된 도시 여성의 대명사였던 김남주. 이 두 배우가 처음으로 영화에서 호흡을 맞췄다. 한데 영화는 거칠지도, 세련되지도 않다. 그저 두 사람은 영화 속에서 펑펑 울고 분노했다. 그리고 이제는 관객들을 울릴 참이다. 제발 '그놈'을 잡아달라고. 영화 '그놈 목소리'(감독 박진표, 제작 영화사집)의 주인공 설경구, 김남주와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티타임을 가졌다.
★무조건 믿었다 vs 겁났다
"'죽어도 좋아'라는 영화를 보고 박진표 감독에게 끌렸어요." 설경구는 이처럼 '독한' 영화를 만든 사람이라면 엄청 '독한' 감독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꼭 한번 작품을 같이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러던 중 박 감독과 만난 자리에서 출연 제의를 받았다. 시나리오도 안 나온 상태에서 그냥 오케이를 했다. 자신이 맡은 역할의 극중 직업이 앵커였다는 사실도 나중에서야 알았다. 반면 김남주는 시나리오를 받아든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단다. 하지만 시나리오 뒷장에 쓰여있던 기획의도가 그녀의 마음을 한순간에 돌려놨다. '힘없는 아동을 유괴하고 살해한 데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있을 수 없다… 법은 그를 용서했을 지 몰라도 우리는 결코 그를 용서하지 않았다.'
★얼굴
설경구는 "영화 촬영을 하면서 다른 건 몰라도 얼굴은 호강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감독의 요구사항은 하나. 가급적 창백해 보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설경구는 촬영 시작 전 얼굴 잡티 제거와 필링 시술까지 받았다. 이 뿐 아니라 설경구의 곁에는 우산과 선블록 크림을 든 스태프가 늘 있었다.
반대로 김남주의 얼굴은 늘 피로해야만 했다. 박 감독은 '펑펑 운, 그러나 지금은 울지 않는' 얼굴을 주문했다. 이를 위해 김남주는 예쁜 얼굴을 일부러 붓게 하고, 초췌하게 만들었다. 설경구는 "이번 영화 촬영을 통해 박진표 감독의 악마적 본성이 다 드러났다"고 했다.
★에피소드
무거운 소재를 다룬 영화였지만 촬영장이 늘 우울하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앵커 역을 맡은 설경구의 에피소드 하나. 방송 멘트를 하는 장면에서 갑자기 이윤성 앵커의 모습이 떠올랐단다. 그래서 이윤성 앵커 특유의 제스처와 눈빛으로 연기를 하는데 바로 '컷' 사인이 났다. 박 감독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경구씨, 좀 바로 앉지!" '그것이 알고 싶다' 조연출 시절 사건의 아픔을 누구보다 깊이 공감했던 박 감독으로서는 철저히 진지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미치도록 잡고 싶다
두 사람은 "'그놈 목소리'의 흥행은 흥행 이상의 의미와 중요성을 가진다"고 입을 모았다. 한 사람이라도 영화를 더 보고, 어딘가에서 숨 쉬고 있는 '그놈'을 꼭 잡아야 한다는 것.
"촬영 전 천도제를 지내면서 만났던 고 이형호군의 아버지 얼굴을 잊을 수 없어요. 영화가 '그놈'을 잡는 데, 그리고 앞으로 이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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