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속에 비친 영화판은 화려하다. 톱스타들도 넘실댄다.
하지만 그들의 영화에는 톱스타도 없고 화려하지도 않다. 돈이 없어 끼니를 거르기 일쑤지만 꿈이 있어 늘 배부르다.
1000만이 넘는 영화가 두 편이나 나왔지만 한국 독립 영화의 현실은 열악하다 못해 참혹하다. 투자를 받는 것은 사치다. 상업 영화에 밀려 개봉관을 잡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다. 그렇지만 작품을 만들어 낸다는 순수한 열정이 힘이 돼 지금 이 시각에도 달리고 또 달린다.
제도권과 힘겨운 사투를 벌이는 독립 영화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 제작돼 눈길을 끌고 있다. HD 장편영화 '아스라이'다.
메가폰은 이야기의 주인공인 김삼력 감독이 잡았다. 또 대학원 동료인 이승태씨가 PD를 맡았고, 촉망받은 신인 여배우 정우현이 힘을 보탰다. 영화에는 20대 영화 청춘들의 고뇌를 담았다. 가진 것 없는 이들이 어떤 시행착오을 거쳐 작품을 완성해 가는지를 진솔하게 풀어냈다.
김 감독의 이력은 20여편의 독립 영화들로 채워져 있다. 주무대가 대구인 그는 또래에선 '독립 영화계의 대부'로 통한다. 부산영상제, 서울독립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에서 상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작품을 찍을수록 현실의 벽이 더욱 높아만 가는 것을 느낀다. 그래도 그는 앞으로도 독립 영화만 고집하겠다고 한다. "대구에서 활동하다보니 전 아웃아이더 중에서 아웃사이더입니다. 힘들죠. 그러나 저예산 장편영화는 자본의 제약을 덜 받습니다. 작품 선택의 폭이 넓어 내가 원하는 영화를 찍을 수 있죠."
독립 영화가 다 그렇지만 돈이 늘 문제다. "팔 집도 없다"는 김 감독의 말이 모든 것을 대변해 준다. 그나마 이번 작품의 경우 예전과 비교하면 '편안'하게 찍었다. 시나리오 응모에 당선돼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과 싸이더스FNH에서 제작비를 지원받았기 때문. 그러나 김 감독과 이 PD는 물품 외에 실예산 지원이 얼마 안돼 촬영기간 내내 눈에 불을 켜고 싸웠다. 김 감독이 더 찍자고 하면, 이 PD는 예산때문에 안 된다고 반대했다.
이 PD는 "총 30회차를 찍었는데 예산이 5000만~6000만원 밖에 없었다. 어떻게 하면 돈을 줄일까 고민하는 것이 고역이었다. 김 감독과 사사건건 부딪친 것도 다 돈 때문"이라며 웃었다.
그럼 출연 배우는 어땠을까. 고작 60여명 뿐이었다. 홍일점이었던 정우현도 친구 오빠인 이 PD와의 '의리'로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 비록 분량은 적었지만 정우현은 독립 영화의 실상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한다. 아역 모델 출신이기도 한 그녀는 "오랜만에 연기했고,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앞으로 잊혀지지 않는 연기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상은 화려한 곳만을 조명한다. 하지만 음지에서의 피와 땀이 있기에 그 빛이 더욱 찬란해보인다. 한국 영화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눈물겨운 노력과 헌신적인 열정 덕분에 한국 영화의 미래가 환하게 빛나고 있다. 현재 후반 작업 중인 '아스라이'는 올 상반기에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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