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규, 14년만에 '복면달호' 제작자로 스크린 도전장

과연 이경규가 재기에 성공할까?

이경규가 '복면달호'(감독 김상찬ㆍ김현수, 제작 인앤인 픽쳐스ㆍ스튜디오 2.0)를 통해 스크린으로 돌아온다. '복수혈전'(1992년) 이후 14년 만이다. D-데이는 2월 15일. 설날 대목을 겨냥해 대개봉한다.

색깔이 바뀌었다. 전작에서 주연과 제작, 감독, 극본까지 맡은 그는 이번 영화에서는 제작자로만 나섰다.

절치부심이란 말이 딱 어울린다. 야심차게 만든 '복수혈전'은 그에게 시련을 안겨줬다. 화려한 충무로 입성의 꿈을 빼앗아갔다. 무엇보다 '복수혈전'이라는 단어는 이후 이경규를 '조롱'하는 단골 웃음거리가 됐다. 모두가 이것으로 그의 영화 열정은 끝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결코 희망을 잃지 않았다.

영화사 인앤인 픽쳐스를 설립하고 지난 5년여 동안 공을 들인 끝에 마침내 빛을 보게 됐다.

이경규는 최근 제작발표회에서 "14년만에 돌아왔다. 14년 전에는 제작 감독 주연 시나리오까지 다했다"며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좋은 감독 좋은 배우들이 좋은 영화 만들 수 있도록 멍석만 깔았는데 영화가 잘 나온 것 같아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영화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영화계 복귀를 위해 5년이 걸렸다. 영화 하나로 승부를 보기 위해 열정 하나로 딛고 일어섰다. 이 자리 이후 사람 하나 살려준다 생각하고 좋은 소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이 멘트 직후 모두가 웃었다. 이경규도 하얀 이를 드러냈다. 하지만 그의 웃음 이면에는 긴장된 빛이 역력했다.

'복면달호'는 정해년 대박을 터트린 김아중 주연의 '미녀는 괴로워'와 닮았다. 한 나이트클럽에서 미래의 록스타를 꿈꾸는 청년 봉달호(차태현)가 신인발굴을 위해 전국 나이트클럽을 순회중이던 트로트 전문 음반기획사 '큰소리기획'의 장사장(임채무)에게 발탁돼 트로트 가수로 데뷔하는 과정을 그렸다. 단 성형 대신 복면을 쓴 것이 이채롭다.

주연 배우들도 혼을 담았다. 이미 음반을 낸 경험이 있는 차태현은 맛깔스런 창법의 트로트 가수로 대변신했다. 중견 연기자 임채무는 연기경력 35년만에 처음으로 스크린에 도전했다. 특히 임채무는 그동안 꽁꽁 숨겨뒀던 속살도 공개했다. 단 한번도 노출을 한 적이 없었던 그는 상반신에 용문신을 한 채 50대 후반의 나이가 믿기지 않는 근육질의 몸매를 뽐냈다. 한창 왕성하게 활동할 당시, 노출이 싫어서 영화 출연 제의를 거절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여기에다 홍일점 이소연은 극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차태현은 최근 "영화가 잘 돼서 이 대표님(이경규)의 영화가 개그 소재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관객들 또한 그 바람 그대로 이경규의 재기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색깔이 바뀌었다. 전작에서 주연과 제작, 감독, 극본까지 맡은 그는 이번 영화에서는 제작자로만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