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최강 로맨스'(감독 김정우, 제작 더드림픽쳐스-화인웍스)를 보면 주인공인 현영, 이동욱 외에 눈에 띄는 배우가 한 사람 있다. 바로 '미친소' 소동준 형사 역의 이정헌(37)이다.
이정헌. 그리 익숙한 이름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개봉됐던 한국영화에서 그의 얼굴을 찾아보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실미도'에서 맡았던 박 중사 역은 관객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박 중사는 극 초반 인정 많은 모습으로 사랑받다가, 자신이 위기에 내몰리자 대원들의 사살을 주장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던 인물. 욕도 많이 먹었지만 1100만명이 넘는 관객들에게 얼굴 하나는 확실히 알렸다.
사실 이정헌은 95년 극단 학전에서 연극배우 생활을 시작한 12년차 연기쟁이. 연극배우 시절 '지하철 1호선', '모스키토', '개똥이' 등의 연극을 통해 탄탄한 연기력을 과시하다 99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전'으로 영화와 인연을 맺게 됐다. 그때 맡았던 역할은 춘향이를 괴롭히는 변학도. 첫 출연작이었지만 수염 때문에 얼굴은 알아보기도 힘들었단다.
이후 틈틈이 연극무대에도 서면서 출연했던 영화가 10여편. 이번 영화 '최강 로맨스'에서는 데뷔 후 가장 큰 역을 맡는 기쁨을 맛봤다. 또 처음으로 본격 코믹 연기에도 도전했다. 그가 연기한 소 형사는 때로는 순진한 모습으로, 때로는 바람둥이 같은 면모를 보여주면서 관객들에게 폭소탄을 던져주는 인물. 당초 첫 코믹 연기 도전이라 걱정도 했다지만 "다행히 내 피 속에 코믹 본능이 있었던 것 같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정헌은 자신을 가리켜 "나이만 많을 뿐 경력은 보잘 것 없는 배우"라고 했다. 그러나 필모그래피와 대중적 인지도가 연기자의 모든 것은 결코 아닐 터. 묵묵히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는 이정헌의 늦깎이 배우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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