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전체와 부분

〈제11보〉(150~176)=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보는 법. 바둑에서 프로와 아마의 ‘비행 고도(高度)’는 비교도 안 된다. 프로들은 전체를 조망하는 시야에서 아마추어들과 특히 차별화된다. 전쟁의 승리를 위해 부분 전투의 패배는 얼마든지 감수한다. 그러나 그 과정은 모두 하나의 ‘프로그램’ 연장 선상에 놓여있다.

 

우하귀에 어떤 맛이 있을까. 참고 1도 1, 3이 우선 떠오르는데 16까지 ‘오궁도화’ 형태로 잡힌다. 다른 수단은 참고 2도의 백 1. 이것이라면 8까지 패(覇)다. 하지만 흑은 8을 보류하고 일단 A에 둔다. 자체로 물경 8집이나 되는데다, 우변 백 전체를 노릴 수 있다. 상변의 발언권도 커진다.

150엔 이처럼 깊은 뜻이 숨어 있었다. 흑이 151로 우하귀를 확실히 잡을 때 152까지가 백 최선의 진행. 그러나 흑은 153으로 뛰어서 충분하다는 표정이다. 160으로 174에 막는 식으론 ‘가’, ‘나’ 등으로 삭감당해 백이 못 이긴다. 160은 변화를 구한 수. 여기서 173이 방심의 일착으로, 174로 밀고나가야 했다. 그 곳을 막히고 176을 당하며 다시 회오리가 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