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리뷰] '아버지의 깃발'
입력 : 2007.02.06 09:59
'아버지의 깃발'(수입ㆍ배급 워너브라더스코리아)은 요즘 만연해 있는 '반미 감정'을 굳이 앞세우지 않더라도 왠지 '불손'해 보인다. 고지에 성조기를 꽂고 있는 미군 병사들의 모습, 그리고 다소 선동적인 느낌의 제목까지. 내셔널리즘을 강조한 전형적인 미국인들만의 영화일 것 같은 첫 인상이다.
하지만 영화는 불편한 첫 인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펼쳐진다. 연출을 맡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제 감독을 넘어서 철학자가 된 듯한 느낌마저 준다.
제임스 브래들리-론 파워스 원작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의 이야기는 제 2차 세계 대전사에 길이 남은 조 로젠탈의 사진으로부터 시작된다.
제 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인 일본의 요새 이오지마. 검은 모래 해변과 유황 동굴이 있는 이 곳에 상륙한 미 해병은 전투 중 수라바치산 정상에 성조기를 꽂는다. 이 때 찍은 한 장의 사진은 미 국민들에게 전쟁이 곧 끝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줬고, 전세를 단숨에 뒤집는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미국 전역을 뒤흔들었던 이 사진의 뒤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다. 정작 성조기를 꽂았던 병사들 대신(이들은 죽었다) 사진 속 인물들 중 생존한 세 병사들이 미 정부의 '영웅 만들기' 소재가 된 것. 이들 세 병사 존 닥(라이언 필립), 아이라(아담 비치), 레니(제시 브래포드)는 전국을 돌며 전쟁 채권 구매를 호소한다. 하지만 이들은 곧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닫는다. 전쟁터에 전우들이 남아있는 한 자신들의 영혼도 이오지마를 떠날 수 밖에 없다는….
영화는 인간 본연의 죄의식에 대한 성찰을 주로 담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국가주의의 허구성과 뿌리 깊은 인종 차별 등을 조롱하고 비판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전작들을 관통했던 이스트우드 감독의 인간 내면에 대한 탐구가 보다 직접적이고 강력한 사회적 메시지로 확대된 듯한 느낌이다. 한데 다소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 설정임에도, 선동적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이스트우드 감독 특유의 무뚝뚝하면서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내러티브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밀하고 화려한 전투신은 보너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후 흘러간 8년여의 세월만큼이나 더욱 웅장하고 섬세해진 영상을 자랑한다. 단 61일 동안 담아낸 영상이라곤 도무지 믿기질 않는다.
우리나라엔 언제쯤 이같은 명배우 출신 명감독이 나타날까? 오는 15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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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화는 불편한 첫 인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펼쳐진다. 연출을 맡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제 감독을 넘어서 철학자가 된 듯한 느낌마저 준다.
제임스 브래들리-론 파워스 원작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의 이야기는 제 2차 세계 대전사에 길이 남은 조 로젠탈의 사진으로부터 시작된다.
제 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인 일본의 요새 이오지마. 검은 모래 해변과 유황 동굴이 있는 이 곳에 상륙한 미 해병은 전투 중 수라바치산 정상에 성조기를 꽂는다. 이 때 찍은 한 장의 사진은 미 국민들에게 전쟁이 곧 끝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줬고, 전세를 단숨에 뒤집는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미국 전역을 뒤흔들었던 이 사진의 뒤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다. 정작 성조기를 꽂았던 병사들 대신(이들은 죽었다) 사진 속 인물들 중 생존한 세 병사들이 미 정부의 '영웅 만들기' 소재가 된 것. 이들 세 병사 존 닥(라이언 필립), 아이라(아담 비치), 레니(제시 브래포드)는 전국을 돌며 전쟁 채권 구매를 호소한다. 하지만 이들은 곧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닫는다. 전쟁터에 전우들이 남아있는 한 자신들의 영혼도 이오지마를 떠날 수 밖에 없다는….
영화는 인간 본연의 죄의식에 대한 성찰을 주로 담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국가주의의 허구성과 뿌리 깊은 인종 차별 등을 조롱하고 비판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전작들을 관통했던 이스트우드 감독의 인간 내면에 대한 탐구가 보다 직접적이고 강력한 사회적 메시지로 확대된 듯한 느낌이다. 한데 다소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 설정임에도, 선동적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이스트우드 감독 특유의 무뚝뚝하면서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내러티브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밀하고 화려한 전투신은 보너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후 흘러간 8년여의 세월만큼이나 더욱 웅장하고 섬세해진 영상을 자랑한다. 단 61일 동안 담아낸 영상이라곤 도무지 믿기질 않는다.
우리나라엔 언제쯤 이같은 명배우 출신 명감독이 나타날까? 오는 15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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