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따라 맛따라/앵자봉] 까다로운 수도권 입맛 사로잡은 매력

백년대계라고 한다.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우산리에 솟아 있는 앵자봉 초입에는 지금 100년 계획의 천진암 대성당 건립이 진행 중이다. 연면적 13,733평의 2층 건물, 세계 10대 성당 안에 꼽힐 이 성당은 높이 85m, 추녀 끝에서 끝까지가 195m인 웅장한 건물이다.

천진암은 1779년(정조 3년) 이벽, 정약용 등 젊은 선비들이 모여 천주학을 처음 논했던 불교 암자로 한국 천주교의 발상지다. 이곳에다가 건축기간이 100년 걸리는 성당을 짓겠다고 하자 군청에서는 ‘건축기간이 100년 걸리는 것은 건축법상 불법’이라며 처음엔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는 일화를 남겼다.

한국천주교의 대표적인 장기사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이 100년 계획 천진암 건립은 로마의 교황성하께서 머릿돌 강복문을 하사하셨고, 앞으로 민족화해를 위한 통일대성당으로서 한국 천주교의 심장과 얼굴이 될 것이다. 전국 신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유구한 세월에 걸쳐 이루어지는 이 사업은 천주교뿐 아니라 온 국민들에게 부실공사를 예방하고 당대주의(當代主義)와 개인 중심의 공명심이나 업적주의를 줄이는 결과도 가져올 것이다.

100년이 걸리는 성당을 짓고 있는 천진암 대성당 건립의 총감독 변기영(卞基榮) 신부는 성당 건립 재정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정치인이나 재벌의 거액헌금은 달갑지 않다”고 한다. “낙성식 때 감사패라도 받을 수 있어야 돈을 내고 싶을텐데 100년이나 걸리니 생전에 언제 그 감사패를 받겠소. 그리고 돈을 내고는 빨리 지으라고 간섭할테고, 나중에 이 역사적인 성당이 어느 힘 센 사람의 기부로 지어졌다는 기록이 남을 것이니 그런 일은 없도록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국가 100년 대계로 고민해야 할 이 나라의 지도층 인사들, 특히 정치계의 인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실로 크다.

천년이라도 이어갈 듯, 정당의 명칭에다가 천년을 붙였던 이름의 정당이 100년은 고사하고 10년도 되지 않아 사라지는 현실들을 보면서 100년 계획 천진암 건립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앵자산 자락 녹두요리 전문점
유가길두

앵자봉 북쪽 자락, 광주시 퇴촌면 영동리 88번 지방도변에는 우산 모양의 둥근 지붕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유가길두(兪家吉豆)라는 옥호 간판이 유난스럽다. 입구 벽면에 ‘4대 120년 전통 유가길두 빈대떡’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4대 120년’이라? 120년 전부터 이곳에 빈대떡집이 있었다는 말인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유가(兪家)는 알겠는데, 길두(吉豆)는 또 무엇인고? 식당 건물부터 옥호간판 등 많은 것들이 호기심을 자아낸다. ‘유가길두(031-768-7066)’는 업주 유재혁(兪在赫·42)씨가 1880년대 증조할머니가 황해도에서 녹두를 멧돌로 갈아 빈대떡을 부쳐먹던 그 방식대로 만들어내는 녹두 전문점이다. 한의사였던 증조할아버지께서는 녹두가 혈압을 낮추고 고르게 하는 데 좋은 음식이라며 즐겨 드셨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 음식이 자손만대 내림음식으로 전수해 가도록 했고, 후손들이 충북 단양으로 이주해 삶의 터전을 옮겼지만 음식만은 그 맛 그대로 후손들에게 이어져 내려왔다는 것이다.

유씨 집안에서는 녹두를 ‘길두’로 부른다고 한다. 소녀같은 곱상한 얼굴의 유씨는 가문의 이 녹두음식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하고 보존해야겠다는 일념으로 반반했던 직장 생활을 청산하고 이 길로 뛰어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배경으로 시작한 일이라 업주의 프로 근성은 철저하고 그만큼 많은 녹두음식 애호가들이 이 집을 단골집으로 정해 놓고 찾는다는 설명이다.

상차림은 진지상과 어울림상, 주안상으로 나누어 차려낸다. 진지상으로는 즉석녹두죽과 녹두칼국수(각 7,000원)가 주된 음식이고, 녹두옹심이(8,000원)도 인기라고 한다. 어울림상은 청포묵에 동동주, 녹두빈대떡에 어리굴젓이 올라오고, 여기에 진지를 선택토록 해 놓았다. 어울림상 음식값은 음식 선택에 따라 차등을 두고 있다. 주안상으로는 녹두빈대떡(12,000원), 청포묵, 꿩찜만두, 만두김치탕(각 10,000원)인데, 술은 단양에서 빚은 흑, 청, 백 세 가지 색깔의 동동주가 식탁에 오른다. 매우 이채로운 음식에 이채로운 분위기다.

식탁에서는 ‘서두르지 마시고 천천히 음식을 기다리신 다음 여유롭게 드시도록’ 깊은 배려를 해 주는 것이 이 업소의 특색이자 큰 장점으로 많은 손님들이 칭송을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넓은 공간에 넉넉하게 식탁은 50석. 주차공간 역시 넉넉하다.

국산 콩만 고집하는 시골된장
건업리보리밥

앵자봉은 크게 두 가닥의 등산로로 나누어서 오르고 있다. 그 첫번째 가닥이 건업리~585m봉~정상~안부~건업리 회귀코스고, 두 번째 가닥은 천진암 주차장~능선 안부~정상~354m봉 전 안부~상품리 코스다. 건업리 코스의 나들목 건업리는 실촌읍사무소 주변 소머리국밥촌에서 광주시와 여주군 경계를 지나 양평으로 이어지는 44번 지방도 상에 있는 마을이다. 이 마을, 자동차가 달리는 큰 길가에는 세상에 크게 알려져 있는 ‘건업리보리밥(031-761-8148)’이 성업 중이다. 이 집은 인근에 있는 이스트벨리 골프장 손님들이 많이 이용하는 집으로 문전은 늘 많은 승용차가 서 있다.

현지 산꾼들도 단골로 찾는 업소로, 경기 연천과 충북 제천에서 생산된 국산 콩만으로 직접 담근 된장과 청국장이 유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된장과 고추장, 청국장과 반찬류들을 사 가기도 하고, 택배로도 구입하고 있다. 보리밥 6,000원.

서남방향으로 8km의 거리, 곤지암에는 곤지암점을 열어 놓았다. 경충산업도로변 곤지암에는 소머리국밥집 30여 업소가 손님들을 맞고 있는데, 음식값은 그리 비싸지 않다.

편안한 식탁에서 소주 한 잔
털보 셀프바베큐

광주에서 만난 골수산꾼 유재원씨는 앵자봉 하나만으로 산행코스를 잡으면 너무 단조로워 남쪽과 서남쪽에 솟은 관산(555m)과 무갑산(576m)을 묶어서 종주한다고 했다. 그리고 남종면에 있는 해협산(530m)과 정암산(403m)을 올라보기를 권유했다. 이 두 산에서 내려다보는 한강과 팔당호의 절경을 예찬했다.

그러면서 2004년부터 광주의 많은 시민들이 즐기고 있는 광주시계 종주산행을 설명해 주었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고장을 둘러보는 시계(市界) 종주산행은 고향을 사랑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한다. 남한산성 수어장대에서 시작하는 시계 종주산행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8개 구간으로 나누어서 실시한다고 했다.

하산길 공복을 체워야할 시급한 민생문제는 아무래도 편하게 이용할 수 식당을 찾게 된다. 앵자봉과 해협산 사이를 가로지르는 88번 지방도 변에는 먹거리집들이 즐비하다. 등산화 끈을 풀지 않고 주머니에 부담이 가지 않는 음식값으로 편하게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집 ‘털보셀프바베큐(031-765-8395. 대표 김순화)’는 이 지역을 잘 아는 산꾼들에게는 대단한 인기다. 퇴촌면 도수3리 큰 길가에 있다.

넓은 공간 한 켠에 소복히 쌓여 있는 장작더미가 눈을 즐겁게 해 주고, 모닥불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자신이 구은 고기에 소주 한 잔 걸치는 맛이 괜찮았다.

동태찜과 아구찜 전문점
구슬고개

천진암으로 들어가는 도수 사거리 도수교 우회도로변에 있는 동태찜 전문점 ‘구슬고개(031-767-1989)’는 동태찜(15,000~25,000원)과 아구찜(25,000~35,000원)을 잘 끓여내는 집으로 평판이 높다. 천진암 나들목이라 천진암 다녀오는 길에 들리기도 하지만, 서울 강동구 천호동쪽에서는 이 집 동태찜을 먹기 위해 원정(?) 오는 손님들도 많다는 것이 구슬고개 업주 고영배-김명수씨 내외의 자랑이다.

이 집에서 멀지 않는 곳, 남종면사무소가 있는 곳에 분원백자관이 있고, 팔당호 물가에는 붕어찜거리가 형성되어 있다. 이 거리에는 붕어찜을 전문으로 차려내는 40여 업소가 제각각 맛을 자랑하고 붕어찜 축제도 열고 있다. 지척에 있는 아리아하우스 내 찻집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팔당호 경치는 절경 중 절경이다.

아름다운 강변풍경과 도토리음식
강마을다람쥐

중부고속국도 경안 나들목에서 북쪽 하남시쪽으로 이어지는 45번 국도 팔당댐 풍경은 참으로 아름답다. 귀한 시간을 내어 드라이브라도 한차례 해볼만한 코스다. 이렇게 아름다운 강변에 ‘강마을다람쥐(031-762-5574)’라는 별난 이름의 업소가 그림 같은 집을 지어 놓고 도토리음식만을 차려낸다. 일년사계, 그리고 하루 중에도 오전 오후 시간대에 따라 강변의 풍경은 수시로 바뀐다. 한자리에 앉아 수많은 색깔의 강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도토리 전문인 이 업소에서는 도토리냉면, 도토리온면, 도토리전(각 6,000원), 묵사발 묵밥, 미역다시마 국수, 도토리 새싹비빔밥(각 7,000원), 도토리전병(8,000원), 도토리묵무침, 도토리해물파전, 한방수육, 미역다시마 묵말랭이 샐러드(각 10,000원) 등 12가지 음식을 차려낸다. 이들 음식 모두를 맛 보려면 열두 차례, 아니면 적어도 몇 차례는 들러야만 하겠다고 했더니 집 주인 신영길(48)씨는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해 주었다. 다람쥐소풍 세트메뉴(4인이상·1인분 15,000원)를 주문하면 12가지 음식 모두를 고루고루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90명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이 집은 워낙 유명한 집이라 일년 내내 손님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예약을 받을 수가 없고 찾아온 손님들도 1시간 정도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게 되는 것은 보통의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손님들께서는 느긋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찾아 주시기를 바란다는 것이 업소측의 당부다.

청계산 맛 전국 산자락으로 확산
옛골토성 하남점

서울이나 수도권의 많은 산꾼들이 즐겨 찾는 청계산에는 유명한 음식점 옛골토성(02-578-0808)이 있다. 1994년 청계산 자락인 원지동에서 시작한 이 집은 10년 후인 2004년 8월 신원동(옛골)으로 이전했다.

원지동 시절, 새해 1월1월이면 2,000그릇이나 되나 해장국을 끓여 고객들에게 대접하고 고객들은 해장국 값 보다는 적은 성금을 내어 불우한 이웃을 돕는 행사를 했다. 새해 첫날의 행복을 고객과 주인이 함께 나누던 이 미담으로 토성은 크게 알려졌다.

신원동으로 이전한 후 옛골토성의 대표 권태균 회장은 한식바비큐 시장을 새로이 창출, 국내로 진출한 외국의 대형 페밀리 레스토랑에 대응해서 우리의 외식산업을 지켜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로 국내 프랜차이즈산업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에 대한 일반소비자들의 불신을 전환시키는 선구자적 역할을 하게 되었고, 이제는 올바른 프랜차이즈사업의 모델로 평가를 받아 국내 최고의 외식브랜드로 신기원을 열고 있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짧은 기간에 20개 점포가 문을 열었고, 중국의 북경점과 상해점도 개점했다.

20개 점포 대부분이 청계산 자락 본점처럼 산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서울의 북한산 구기점과 도봉산 도봉산점, 수원의 광교산점과 검단산의 하남점 등이 산자락에서 개점, 산꾼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하남점은 경기도 광주와 하남을 잇는 45번 국도 한강변에 지난해 12월1일 개점했다. 팔당대교 남단에서 퇴촌 방향 1km 지점, 금단산 자락이지만 앵자봉이나 광주권 산행 후 귀로에 이용하기 편한 곳이다. 2층 건물 뒤편 한강 건너에는 예봉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하남점(031-791-6852)의 허웅(48) 대표는 어머니 윤한순(68)씨와 같은 장소에서 오랫동안 매운탕집을 운영했는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참나무 장작 바비큐점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옛골토성의 참나무 장작 바비큐는 돼지고기에 갖은 양념을 넣은 후 회전식 참나무장작 바비큐 기계로 구워낸다. 이 기계는 최고온도가 1,000℃가 넘고, 고기는 화로 안에서 꼬챙이에 꿰인 채 회전, 속살까지 고르게 구워진다. 쫄깃하게 제대로 구워진 고기 맛은 단백하다.

오리 훈제바비큐 38,000원. 등갈비 바비큐 27,000원. 바비큐 삼겹살 22,000원. 250명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규모에 주차공간도 넉넉하다.

글·사진 박재곤 산촌미락회 고문·경북대 산악회 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