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조영 9단, 생애 첫 타이틀

안조영 九단은 우리 나이로 어느덧 스물 아홉이 됐다. 93년 입단 이후 프로 15년차. 발군의 수읽기와 정밀한 계산력을 갖추고도 그는 늘 정상 일보 전 좌절해 왔다. 이창호에게 세 번, 박영훈에게 한 번. 무려 네 차례나 잡았던 정상 도전 기회는 번번이 간발의 차이로 빗나간 채 준우승으로 끝나곤 했다. 신예 기전 2회 우승만으론 메울 수 없는 아쉬움을 채 씻기도 전에 뛰어난 후배들이 속속 그를 앞질러 내달리기 시작했다.

‘과묵·성실’의 대표 브랜드 안조영이 마침내 한을 풀었다. 9일부터 11일까지 계속된 제2기 원익배 결승 3번기서 백홍석(21) 五단을 2대1로 꺾고 우승한 것. 백홍석이라면 후배들 중에서도 요즘 ‘엄청 잘 나가는’ 막강한 신예 기사 중 한 명이다. 이영구 이창호 송태곤에 이어 백홍석이 안조영의 마지막 제물이 됐다. 30대 진입을 눈 앞에 두고 4전 5기를 이룬 안조영은 3500만원의 우승 상금과 승단(?)까지 챙기게 됐다. 대회 별칭이 ‘10단전’이어서 앞으로 ‘안 10단’으로 불릴 테니까. 우승 후보들을 연파하고 결승까지 치달은 백홍석도 힘차게 가속 페달을 밟았다. 둘 간 통산 전적은 안조영이 3승 2패로 앞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