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파괴적 불꽃을 이야기하는 중국판 ‘햄릿’

펑샤오강의 ‘야연’을 보는 사람이라면 거의 누구나가 이 영화의 이야기가 익숙한 것임을 알아챌 것이다. 그렇다. 이것은 셰익스피어의 그 유명한 ‘햄릿’을 재가공한 영화인 것이다.

 ‘거미집의 성’의 구로사와 아키라가 그랬듯이 펑샤오강은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를 자기 나라가 배경인 시대극으로 만들어낸다. 때는 당나라의 세가 기울고 여러 소국들이 대립하던 10세기 초의 5대 10국 시대. 황태자 우는 황제인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다. 진실인 즉 황제의 동생인 리가 자기 형을 죽이고는 형의 아름다운 부인인 완까지 차지하려고 했던 것이다. 완의 연인이기도 했던 우는 리가 보낸 자객들로부터 습격을 당한다.

장이머우의 ‘영웅’ 같은 무협영화를 기대하는 이에게 ‘야연’은 그리 올바른 선택이 될 수 없는 영화일지도 모른다. 물론 ‘야연’에 아름다운 액션 장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것은 액션에 최고의 중요성을 부여하는 영화는 아닌 것이다.

영화 속 대사를 빌리자면 ‘야연’은 수많은 생명을 타버리게 했던 욕망의 불꽃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영화는 격한 욕망의 연쇄가 어떻게 처절한 파멸의 고리를 만들어내는가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셰익스피어의 이야기와 달리 중심을 황태자가 아니라 황후에게로 옮겨 놓았다.

장쯔이가 연기하는 완에게서 영화는 욕망이 낳을 수 있는 교만과 폭력성, 맹목성을 들여다본다. 그렇지만 영화는 그 욕망의 문제를 정서적 밀도가 충만한 이야기 속에 담아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드라마상의 그 같은 결핍을 채워주는 것은 시종일관 번지르르한 윤기를 뽐내는 비주얼이다. 원제: ‘夜宴’ 112분. ★★★ (5개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