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한 시선] 오스카의 멕시코 3총사

뒤마의 소설뿐만이 아니다. 다음 주 일요일(25일) LA에서 주인을 찾게 될 오스카 트로피의 예상 후보들을 쭉 훑어보다가, 달타냥을 단숨에 제칠 제79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새로운 삼총사를 발견했다. 바로 멕시코가 낳은 세 명의 영화천재 알폰소 쿠아론(45),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43), 기예르모 델 토로(42)가 그들이다.

이들의 이름이 아직 낯선 독자들에게, ‘멕시코 삼총사’가 이번 아카데미에서 거둔 성취를 소개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이냐리투의 ‘바벨’(Babel)은 작품상·감독상·편집상 등 노른 자위 6개 부문, 두 명이 별도로 오른 여우조연상 부문을 포함하면 노미네이트에 올라 있는 이름은 7개로 늘어난다. 최다 후보작인 8개의 ‘드림걸즈’ 바로 아래다. 델 토로의 1940년대 판타지 ‘판의 미로’(Pan’s Labyrinth)는 외국어영화상·각본상을 포함해 6개 부문에 올라있고, 쿠아론의 공상과학 영화 ‘인류의 아이’(Children of Men)는 촬영상 등 3개 부문 후보다. 이 삼총사가 올라 있는 부문을 모두 합하면 16개. 워너브러더스(19개 부문)를 제외하면 20세기 폭스·소니·디즈니 등 어떤 메이저 스튜디오보다도 월등한 성적이다. 숫자로 예술작품의 우열을 논한다는 것이 민망한 노릇이지만, 할리우드의 적자(嫡子)도 아닌 영화 변방 멕시코 출신이 거둔 성취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마흔을 서로 경쟁하듯 넘었을 이들의 실제 인연은 어떠할까. 이 세 편에 대해 ‘자매 영화’(Sister films)라고 표현한 쿠아론의 비유처럼, 삼총사는 길게는 20년 가까이 형제나 다름 없는 애정으로 서로를 챙겨주고 있었다. 새 영화 구상이 떠올랐을 때마다 다른 두 명에게 먼저 반응을 물어보는 것은 기본. 서로의 시나리오는 빠짐없이 읽고 서명까지 한 뒤 충고를 아끼지 않기로 맹약을 했다. 실제로 이번 델 토로의 ‘판의 미로’는 쿠아론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뒤(쿠아론은 ‘해리포터-아즈카반의 죄수’, 델 토로는 ‘헬 보이’ 등의 블록버스터를 만들었다)에는 고향을 떠나 LA와 뉴욕 등으로 터전을 옮겼지만, 고국 멕시코의 열악한 제작환경을 잊지 않고 두 나라를 가로지르며 후배들의 제작 지원에도 여념이 없다고 한다. 단순히 수사(修辭)로서의 삼총사만은 아닌 것이다.

비록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이지만, 일주일 뒤 이들이 서로의 어깨를 얼싸안고 LA 코닥극장 무대에서 환호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점점 더 할리우드만의 잔치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오스카를 위해서나, 그 영화들이 지닌 놀라운 매력에 엄지손가락을 세웠던 내 스스로를 위해서도. 물론 그 멕시코 삼총사의 우정을 위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