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영화제 특별상 받은 박찬욱 감독 인터뷰

“저로서는 처음 와봤던 영화제가 베를린인 만큼, 아무래도 더 감개무량합니다. 그때는 마치 촌뜨기처럼 어리둥절했었죠. 그러고 보니 총 네 번(‘공동경비구역 JSA’·2001·경쟁부문, ‘복수는 나의 것’·2003·포럼부문, 워크숍 강의·2006, 이번 방문)으로 가장 많이 온 영화제이기도 하네요. 이제 상까지 받게 되니, 정말 흐뭇합니다.”

18일(현지시각), 베를린에 머물고 있는 박찬욱(44) 감독을 전화 인터뷰했다. 전날 폐막한 제57회 베를린영화제에서 SF 로맨틱코미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로 특별상인 알프레드 바우어 상을 받은 다음 날이다. 베를린영화제 창립자의 이름을 기린 알프레드 바우어 상은 영화예술의 특별한 혁신을 이룬 작품에 수여하는 영화제 8대 본상 중 하나. 1994년에는 장선우 감독의 ‘화엄경’이 이 상을 받았다.

전날 시상식에서 그의 수상소감은 AFP 등 외신들에 의해 일제히 인용되면서, 이날의 ‘베스트 스피치’ 중 하나로 꼽혔다. 함께 시상식에 참석한 객석의 아내를 내내 바라보면서 일에만 몰두했던 ‘감독 박찬욱’에 대한 용서를 구한 뒤, “부디 한국에 돌아가면 친구들에게 ‘(내 남편은) 영화감독이지만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자신의 영화제목을 빗댄 재치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는 후일담을 묻는 질문에 “심사위원들도 다 ‘베스트 스피치’라고 칭찬하는데, 정작 아내로부터는 ‘당신만 또 점수 딴 것 아니냐’는 핀잔을 들었다”며 쑥스러워했다.

총 7명인 이번 영화제 심사위원에는 ‘수면의 과학’ ‘바벨’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멕시코의 스타 배우 가엘 가르시엘 베르날도 포함되어 있다. 박 감독은 “베르날이 우리 영화를 적극 추천했다고 들었다”면서 “인사치레겠지만 내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면서, 영화에서 정지훈(비)이 부르는 요들송을 다 흉내내더라”고 했다. 국내에서 기대에 못 미쳤던 흥행성적(약 73만 관객)에 대한 위로가 되겠느냐는 질문에는 “DVD가 많이 팔린다면 위로가 되겠지만, 흥행과 이 상은 별개의 문제”라고 짐짓 정색한 목소리로 받았다.

아시아에 대한 애정을 강력하게 보여준 올해의 베를린은 중국의 신인감독 왕궈난의 ‘투야의 결혼’에 황금곰상을 안겼다. 22편의 경쟁작 중 최고의 영예를 거머쥔 이 작품은, 내몽골 초원으로 내몰린 한 여인의 고단한 삶을 통해 중국의 구석구석까지 미치고 있는 세계화의 거대한 힘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대상은 아르헨티나의 아리엘 로터가 연출한 ‘디 아더(The Other)’, 감독상은 이스라엘 조셉 세다르 감독의 ‘보포트(Beaufort)’에 돌아갔고, 남녀주연상은 아르헨티나의 훌리오 차베스(‘디 아더’)와 독일의 니나 호스(‘옐라’)의 차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