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정말 ‘살고 싶다’고 갈망한 적이 몇번이나 있는가

살면서 정말 ‘살고 싶다’고 갈망한 적이 몇번이나 있는가. ‘지긋지긋한 하루…’, ‘더러운 인생…’, ‘이까짓 목숨…’이라며 쉽게 생의 끈을 놓아버리려 한 적은 없는가. 이런 사람들에게 영화 ‘태양의 노래(2월 22일 개봉·전체관람가)’는 여주인공 가오루(유이)의 입을 빌려 한마디를 던진다. “나 죽을 때까지 살아가기로 결정했어….”

사실 이 영화는 지극히 상투적인 줄거리를 깔고 있다. ‘불치병’ 여주인공과 그녀를 떠나보내야만 하는 남자 주인공의 첫사랑이니 말이다. 하지만 1980년생 젊은 감독 고이즈미 노리히로의 화법은 절대 전형적이지 않다. 신파조의 눈물을 유도하는 대신 곳곳에 코믹한 요소를 삽입하거나, 배경마저도 여주인공 운명과 반대로 태양이 작렬하는 해변 마을을 택해 보이지 않는 슬픔을 극대화했다.

 

16세 소녀 가오루는 태양의 자외선에 노출되면 죽게되는 ‘색소성 건피증(XP)’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어둠이 내릴 때 하루를 시작하는 그녀의 즐거움은 두 가지. 역 광장에 나가 혼자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일과, 동틀 무렵 길 건너 버스정류장에 머무는 소년 고지(츠카모토 다카시)를 몰래 지켜보는 것이다.

눈부신 바다 위에서 서핑을 즐기는 고지는 ‘태양’의 형상. 절대 만나면 안될 것 같은 둘을 이어준 건 유이의 생명력 넘치는 노래다. “주머니 속의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라며 소소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그녀를 위해 고지는 궂은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CD 제작비를 대준다. 집 앞 바닷가에서 마음껏 뛰노는 것이 평생 소원이었던 유이는 죽기 전 우스꽝스러운 자외선 차단복을 입고 태양에 마주한다. 그녀의 목소리가 담긴 CD가 지역 라디오를 통해 울려퍼질때 슬프지만 절대 징징대지 않고, 우울하지만 그 속에서 웃음을 찾을 수 있는 영화의 묘한 매력에 동화돼 간다.

가오루 역으로 데뷔한 유이는 일본의 유명한 가수 겸 작곡가로, 주제가 ‘Goodbye days’를 직접 만들었다. 다만 비음이 강하게 섞인 일본 창법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거나, 혹은 동명의 드라마 여자 주인공인 사와지리 에리카의 열성팬이라면 유이의 평범한 듯 편안한 매력이 잘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