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연’ 오스카 오늘 시상식

미 로스엔젤레스 코닥극장 앞의 초대형 오스카 트로피가 금빛으로 출렁였다. 10m 높이의 황금빛 입상(立像) 주변은 서로 다른 피부색을 지닌 사람들로 발 디딜 틈조차 찾기 힘들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던 24일 오후의 할리우드 대로. 민소매 셔츠를 입은 태국 출신 여대생 타타 위르싹(21)은 “빗장을 연 오스카를 보러왔다”는 멋진 표현으로 제79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의미를 요약했다. 지명도는 크지만 미국 ‘국내 영화제’일 뿐인 오스카를 올해 유난히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포용성과 다양성 때문. 올 ‘할리우드 백인 잔치’라는 비판을 넘어, 대륙과 인종을 횡단하고 종단하며 수상후보를 쏟아냈다. 아카데미 시상식 행사의 프로듀서를 맡은 로라 지스킨(Ziskin)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영화라는 예술형식은 미국이 아니라 전세계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날이 밝으면 마침내 24개 부문의 오스카 트로피가 새 주인을 찾게 될 것이다. 올해 시상식을 더욱 재미있게 볼 관전포인트 7선.



1. 멕시코 3총사, 몇 개의 트로피를 거머쥘까.

모두 16회. 알폰소 쿠아론(45)의 ‘인류의 아이’는 촬영상 등 3회, 기예르모 델 토로(43)의 ‘판의 미로’는 각본상·외국어영화상 등 6회,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42)의 ‘바벨’은 작품상·감독상 등 알짜 부문에 7회 오르는 등 11개 부문에서 16회 후보로 지명됐다. 워너브라더스(19회)를 제외하면 할리우드 어떤 메이저 스튜디오도 이런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2. 일본인 여우조연상?

일본에서도 무명에 가까운 배우, 린코 기쿠치(27). ‘바벨’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그녀는 청각장애로 말 못하는 여고생 역을 맡아 정상인과 장애인 간의 소통 단절을 표현해냈다. 1957년 ‘사요나라’의 낸시 우메키(여우조연상)에 이어 연기부문 일본인 두 번째 수상자가 될 수도 있다.



3. 연기상 후보에 오른 5명의 흑인 배우

포레스트 휘태커(‘스코틀랜드의 마지막 왕’·남우주연), 윌 스미스(‘행복을 찾아서’·남우주연), 디지몬 하운소(블러드 다이아몬드·여우주연), 제니퍼 허드슨(‘드림걸즈’·여우조연), 에디 머피(‘드림걸즈’·남우조연). 흑인 노미네이트 역대 최다. 할 베리가 ‘몬스터 볼’로 사상 첫 흑인 여우주연상 탄생을 알리며 펑펑 울던 게 겨우 5년 전이다.



4. 일본어로 영화제작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미국 감독 이스트우드가 일본어로 찍은 영화다. 골든 글로브에서는 ‘외국어영화상’ 수상에 그쳤지만, 오스카에서는 최고 영예인 작품상에 도전한다.



5. 정치인 앨 고어가 오스카 후보?

사실이다. 환경영화 ‘불편한 진실’로 최고 다큐멘터리 후보에 올랐다. 그는 “오스카 무대에 오르게 된다니 꿈만 같다”고 말했다.



6. 6번째 도전 마틴 스코세지.

너무 많은 말을 들어 그도 괴로울 것이다. ‘성난 황소’(1981),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1989), ‘좋은 친구들’(1990), ‘순수의 시대’(1994), ‘갱스 오브 뉴욕’(2003), ‘에비에이터’(2005)에 이어, 이번에는 ‘디파티드’다.



7. 800만 달러짜리 작은 영화 ‘리틀 미스 선샤인’의 꿈.

작품상 후보 중 최저 제작비(약 72억원)가 들었다. 개봉 자체가 불투명했을 정도로 푸대접을 받았지만, 지금은 가장 강력한 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