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두 명만 안다

브래드 올트만스(Oltmannes·사진 왼쪽)와 릭 로사스(Rosas). 오늘(현지시각은 25일) 시상식이 열리기 직전까지 전세계에서 투표 결과를 미리 알고 있는 사람은 오직 이 두 명뿐이다. 올해로 73년째 아카데미 투표결과 집계를 맡아온 통계·여론조사 전문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임원들이다.

 

시상식 당일 이들은 007로 변한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전날 금고에 보관해 뒀던 두 세트의 수상자 명단을 각각 별도로 검은색 가죽 서류가방에 넣는다. 물론 각 세트에는 24개 부문 수상자 명단이 하나하나 다른 봉투에 밀봉되어 있다. 다음은 시상식장인 LA 코닥극장으로 출발. 악명 높은 LA의 교통 체증 탓에,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은 물론. 경찰 호송은 당연히 따라붙는다. 그 다음 임무는 ‘포커 페이스’ 유지하기.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대기하다가, 시상식이 시작되면 그 때 그 때의 시상자에게만 해당 수상자 이름이 든 봉투를 전달한다. 사회자에게조차 알려주지 않는다.

집계과정의 핵심도 철통보안이다. 참여인원은 이 두 명의 지휘관을 포함, 모두 6명뿐이다. 투표마감인 화요일(19일) 이후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3일간 하루 15시간씩 수작업을 병행해 통계를 냈다. 투표는 우편으로 이뤄지는데, 참가인원은 밝히지 않는 게 아카데미의 관례. 단 투표용지를 발송한 회원 수는 모두 5830명이다.

올해로 6년째 이 업무를 수행해 온 올트만스는 “거의 비밀 종교의 의식을 수행하는 기분”이라면서 “그래도 투표하는 사람이 아니라 집계하는 사람이라는 게 다행일 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