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상 시상식, '디파티드' 작품상 등 4관왕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드디어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7번 후보에 오른 끝에 처음으로 수상의 감격을 안았다.

26일 오전 10시30분(한국시간) 미국 LA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 79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위한 축제의 자리였다. 스콜세지 감독이 연출한 <디파티드>는 감독상은 물론 작품상, 편집상, 각색상까지 휩쓸며 ‘아카데미의 한’을 풀었다.

스콜세지 감독은 <택시 드라이버> <좋은 친구들> <카지노> 등 수많은 명작을 만들어냈다. 칸과 베니스 영화제 등에서의 수상경력도 화려했지만 유독 아카데미와는 인연이 없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 앞서 <디파티드>로 골든글로브 감독상과 미국감독협회 ‘올해의 감독상’을 받으면서, 스콜세지 감독이 과연 이번에는 아카데미상을 수상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됐었다.

여우주연상은 <더 퀸>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연기한 헬렌 미렌에게 돌아갔다. 영국 출신의 헬렌 미렌은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두 차례 수상한 바 있다. 헬렌 미렌은 수상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이 없었다면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 여왕님께 이 상을 바친다”고 말했다.

<라스트 킹>에서 우간다 독재자의 잔혹한 폭정을 연기한 포레스트 휘태커는 흑인으로서는 네 번째로 남우주연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또한 지난 2000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앨 고어 전 부통령이 무대에 올라 수상소감을 밝히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앨 고어는 대선에서 고배를 마신 뒤 전 세계를 돌며 지구온난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강연을 벌여왔고, 이를 담아낸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이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과 주제가상을 수상했다. 앨 고어는 이 자리에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갈 의지가 있고, 시작할 준비도 돼 있다”며 “오스카상 또한 점차 친환경적으로 변해가고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밖에 멕시코 판타지 영화 <판의 미로-오필리아의 세 개의 열쇠>는 촬영상, 분장상, 미술상 등 기술 부문에서만 3개의 트로피를 안았다. 이번 아카데미 최다 부문(8개 부문)에 지명돼 기대를 모았던 <드림걸즈>는 여우조연상(제니퍼 허드슨)과 음향상 2개 부문을 수상하는 데 그쳤고, 7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바벨> 역시 작곡상 1개 부문만을 수상했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서는 이탈리아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가 공로상을 수상해 참석한 영화관계자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 작품상= <디파티드>
감독상= 마틴 스콜세지 <디파티드>
남우주연상= 포레스트 휘태커 <라스트 킹>
여우주연상= 헬렌 미렌 <더 퀸>
남우조연상= 알란 아킨 <리틀 미스 선샤인>
여우조연상= 제니퍼 허드슨 <드림걸즈>
편집상= 펠 마스쿤미커 <디파티드>
각색상= <디파티드>
각본상= 마이클 안트 <미스 리틀 선샤인>
미술상=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음향상= <드림걸즈>
음향편집상= <이오시마에서 온 편지>
촬영상= <판의 미로>
분장상= <판의 미로>
의상상= 밀레나 카노네로 <마리 앙트와네트>
시각효과상=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
주제가상= 멜리사 에더리지 <불편한 진실>
작곡상= 구스타보 산타올라야 <바벨>
장편 다큐멘터리상= <불편한 진실>
장편 애니메이션상= <해피 피트>
외국어영화상= <타인의 삶>
공로상= 엔니오 모리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