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리턴 매치…박영훈·최철한

이런 숙적은 흔치 않다. 22세 동갑내기 라이벌 박영훈과 최철한 이야기다. 1985년 불과 20일 간격(최철한 3월 12일, 박영훈 4월 1일)으로 태어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치열하게 경쟁해 온 두 ‘송아지 기사’의 짧고도 긴 경쟁사를 시점 별로 정리해 봤다. 두 숙적은 내달 2일부터 제18기 기성전 도전 3번기에 돌입할 예정이다.

◆97년

정확하게 10년 전인 97년 2월, 박영훈이 만 11세의 나이로 아마10강전서 우승했다. 유창혁을 앞지른 최연소 아마대회 제패 기록이라 해서 떠들썩했다. 하지만 그 4개월 뒤 최철한은 역대 네 번째 빠른 기록으로 입단했다. 최철한이 따듯한(?) 프로 세계에 둥지를 트는 사이 박영훈은 아직도 전국 대회를 찾아 떠도는 고달픈 아마추어였다.

◆99년

최철한이 국수전 등에서 본선에 오르며 대기(大器)의 풍모를 보이기 시작했다. 새 천년 진입을 한 달도 못 남겼을 때 박영훈이 가까스로 프로에 임관됐다. 최철한은 이미 三단이 돼 있었다.

◆2001년

최철한이 2년 연속 농심배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면서 성가를 드높였다. 하지만 연말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박영훈이 윤성현을 3대1로 제치고 제6기 천원전서 우승한 것이다. 최연소 역대 2위 타이틀 획득 기록이었다.

◆2003년

최철한도 또 다른 ‘송아지’ 멤버 원성진을 제물 삼아 첫 타이틀의 염원을 이뤘다. 제8기 천원전이었다. 박영훈은 연말 제8회 삼성화재배서 준우승하며 ‘멍군’을 불렀다.

◆2004년

최철한이 대 폭발했다. 국수 기성을 새로 접수하고 천원을 방어해 일약 3관왕에 올라섰다. 제5회 잉씨배 결승 진출 티켓도 따내면서 절정기를 누렸다. 하지만 박영훈도 제17회 후지쓰배서 우승하며 최단 기간 ‘입신(入神)’을 달성했다.

◆2005년

마이너급 국제 대회인 중환배가 생겨 박영훈이 1회, 최철한이 2회 대회를 제패했다. 최철한은 국수위를 방어했지만 잉씨배 등 국내외 4개 대회서 준우승에 머물렀다. 반면 박영훈은 기성 물가정보 영남일보 배와 신인왕까지 4관왕으로 군림했다. 그는 바둑리그서도 전승 신화를 창조, 절정기를 구가했다. 기성전 도전기에선 박영훈이 최철한을 최종 5국서 반 집 차로 따돌려 둘 간의 첫 번기(番棋) 대결을 3대2로 장식했다.

◆2006년

박영훈이 기성을 방어하고 농심배 4연승으로 평년작을 올린 데 반해 최철한은 국수 맥심배 바둑왕전 GS칼텍스배 등서 잇달아 준우승에 그치는 부진을 보였다. 다만 바둑리그에선 전년도와 반대로 최철한이 MVP에 올라 박영훈을 압도했다.

◆2007년 2월 현재

국내 랭킹에서 최철한이 3위, 박영훈이 4위에 올라 있다. 상대 통산전적에선 박영훈이 10승 9패로 앞섰다. 그 과정이 쌍방 모두 연승 또는 연패로 점철돼 있는 것은 서로 상대를 라이벌로 크게 의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대결의 의미

박영훈에게 기성은 유일한 타이틀이다. 결코 내줄 수 없는 생존의 거점(據點)이란 뜻. 한편 허영호 안조영 원성진 김승준을 제치고 올라온 최철한으로서도 무관(無冠) 탈피가 급선무다. 기성을 발판으로 ‘타이틀 컬렉션’에 박차를 가하려는 박영훈과 ‘제로 베이스’에서 첫 주춧돌을 놓으려는 최철한. 둘 모두에게 1800만원의 우승 상금은 그저 ‘부수입’ 정도에 불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