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회 아카데미 시상식… 별들의 잔치 엿보니
‘디파티드’로 생애 첫 감독상 거머쥔 스콜세지
“부탁인데, 한 번만 더 확인해 주시겠어요?”
모두의 기립박수가 그치지 않자 12번이나 거듭한 “생큐” 인사 끝에 나온 마틴 스콜세지(Scorsese·65)의 첫 마디였다. ‘성난 황소’(1981년)를 포함, 27년 동안 5번 도전에 모두 실패, 드디어 이번에 ‘디파티드’(The Departed)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스콜세지는 남보다 두 배는 빠른 속도로 수상 소감을 토해냈다. 잭 니컬슨,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맷 데이먼 등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와 스태프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감사의 뜻을 표한 뒤에 이어진 말은 역시 그동안의 마음고생에 대한 고백이었다.
“길을 걸을 때도, 병원에 갈 때도, 심지어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번엔 받으셔야죠. 받으셔야 해요’. 만나는 모든 사람이 그 소리뿐이었어요.” 인터뷰에서도 그는 “36년간 무관(無冠)이었다. 정말 특별한 기쁨”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그를 수상자로 발표한 사람은 프랜시스 코폴라, 조지 루카스, 스티븐 스필버그. 소위 ‘원조 할리우드 감독 3총사’다. 세 감독은 “틀림없다”며 친구를 얼싸안았고, 스콜세지는 “37년을 함께한 친구들”이라고 이들을 객석에 소개했다. 60년대 말과 70년대 초에 걸쳐 대학 영화과를 졸업한 동기 세대이며, 동시에 할리우드 인생을 시작한 동료들이다.
세 감독이 예술보다 흥행을 먼저 고려하기 시작한 뒤로도 스콜세지는 자신의 작가적 고집을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성난 황소’(1981),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1989), ‘좋은 친구들’(1990), ‘갱스 오브 뉴욕’(2003), ‘에비에이터’(2005) 등 감독상 후보에 올랐던 작품뿐 아니라 갱 영화나 스릴러 속에서도 모순된 미국 사회의 병폐를 고발했던 미국 현대영화의 거장이었다.
트레이드 마크인 두꺼운 뿔테 안경 사이로 감독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호텔에서 TV로 지켜보고 있다는 자신의 일곱 살짜리 손녀딸 프란체스카의 이름을 크게 부른 뒤, “지금부터 10분 동안 침대에서 펄쩍펄쩍 뛰거라. 그리고 (오늘 밤 파티에 참석한 뒤) 내일 아침이면 할아버지가 방에 돌아와 있을 거야”라고 말하며 무대 뒤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라지는 그를 마지막 순서인 ‘작품상’ 발표가 불러세웠다. 다시 한번 호명된 ‘디파티드’. 스콜세지는 무대 안과 밖의 경계에 선 채 걸어 나오지 않고 그 자리에서 물끄러미 지켜봤다. 또 다른 영광을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은 심정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