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국제 신예 대항전] 진퇴의 미학

〈제12보〉(201~248)=하변 흑진에서 백이 떵떵거리고 살아선 사실상 끝난 바둑. 그러나 마지막 장애물은 아직도 숨어있었다. 흑은 거사(擧事)에 앞서 210까지 잔 끝내기로 시간을 벌면서 중앙의 수를 읽고 또 읽는다. 도중 207은 역끝내기 5집, 후수로는 10집을 호가하는 큰 자리. 그러곤 마침내 211의 승부수를 반상(盤上)에 던져 넣었다.

‘마지막 1분’에 쫓기고 있는 것은 백도 마찬가지. 유리하다 해도 한 발만 헛디디면 승부도 한순간 뒤바뀐다. 받아쳐야 할 때 멈칫거리다 역전을 허용한 경험은 또 얼마나 많은가.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아는 자야 말로 진정한 고수(高手)다. 216까지 허영호는 하중앙 두 점을 선수로 구출하고 218로 끊어 가차없는 강공을 계속한다.

226까지 치열한 몸 싸움 후 227이 쿵제의 마지막 함정. 백이 강경노선을 지속해 참고도 1로 차단하면 6까지 패(覇)에 걸리고 바둑도 아수라장이 된다. 실전은 흑 몇 점을 살려 보냈지만 그 순간 백의 승리가 결정됐다. 백의 지혜로운 마무리. 좌변에서 몇 수 더 집적거리던 흑, 248의 공배 이음을 보더니 아쉬운 듯 항서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