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5전6기’ 모리코네를 위하여

2007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6전 7기 끝에 ‘감독상’을 받아 생애 첫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쥔 영화 ‘디파티드’의 마틴 스코세지 감독 몫. 하지만 다른 한 명의 거장 또한 긴 불운의 터널을 뚫고 아카데미상을 수상, 쌓였던 한을 풀었다. 많은 이들에게 영화 음악 감독의 ‘대명사’로 통하는 엔니오 모리코네(Morricone)다. 올해 79세의 이 노장은 제7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받았다. ‘천국의 나날들’(78년), ‘미션’(86년), ‘언터처블’(87년) 등으로 영화음악상 부문에 5차례 노미네이트 됐지만 늘 아카데미는 그를 외면해왔다. 따라서 이번 수상은 5전 6기인 셈이다.

이번에 나온 음반 ‘위 올 러브 엔니오 모리코네’는 클래식부터 록, 팝, 재즈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음악가들이 엔니오 모리코네의 아카데미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만든 헌정 앨범. 공로상 수상자는 미리 발표되기 때문에 절묘한 시기에 앨범이 나올 수 있었다.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 첼리스트 요요 마, 헤비메탈 밴드 메탈리카, 재즈 피아니스트 허비 핸콕, 팝가수 셀린 디온 등 참여한 음악인의 면면도 화려하기 그지 없다. 퀸시 존스, 브루스 스프링스틴, 로저 워터스 등의 거장들도 힘을 보탰다. ‘미션’, ‘황야의 무법자’, ‘시네마천국’ 등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던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이 저마다의 색깔로 재해석돼 새로운 분위기를 전한다.

이들은 모두 “엔니오 모리코네의 마르지 않는 재능과 창조력에 찬사를 보낸다”고 입을 모은다. 1983년 이래 영화 ‘석양의 무법자’ 속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 ‘디 엑스타시 오브 골드(The ecstasy of gold)’를 공연 서두에 연주해왔던 메탈리카 리더 제임스 헷필드는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생생하게 살아있는 엔니오 모리코네 음악의 감정에서 영감을 얻어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