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준결승 개막

〈제1보〉(1~18)=후야오위가 홀수를 맞혔다. 선택권을 넘겨 홀가분하다는 표정의 조한승. 이틀 전 광주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그는 이런 말을 했었다. “평소엔 백을 더 좋아하지만 이번엔 뭘 택해야 할지 헷갈리네요.” 과거 세 차례의 LG배 준결승서 패했을 때 세 번 모두 백을 잡았었다고 했다. 대범하고 소탈한 조한승은 원래 이처럼 ‘별걸 다 기억하는’ 승부사가 아니다. 이번엔 꼭 이기려는 결의 때문이리라. 그랬는데….

7까지 한창 유행 중인 미니 중국식 포진. 9도 ‘인기 품목’ 중 하나다. 13은 초기엔 ‘가’였는데 언젠가부터 이렇게 젖히기 시작했다. 인터넷 중계를 맡은 박정상이 “어제 밤 함께 연구했던 변화”라며 반긴다. 후야오위가 난전을 피해 14로 정비를 서둔 걸 보면 눈치를 챈(?) 것일까. 14로는 16도 있으며 참고도는 실전에 나왔던 변화 중 하나. 18다음 백 A로 끊어 난전으로 이어진다.

15로 챙기면서 조한승의 낯빛이 환해진다. 그만큼 큰 자리. 17까지 흑 성공의 포진이란 결론이 검토실에서 내려졌다. 하변에서 미니 중국식의 의도를 완벽히 계승했다는 것. 18로 걸치는 후야오위의 손이 가늘게 떨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