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한물간 가수와 매니저의 ‘진한 우정’

KBS2

밤 10시15분

1988년 가수왕 출신이자 록스타였던 최곤(박중훈)은 이제는 영락해 미사리에서 과거의 영광이나 추억하며 궁상맞게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에게도 단 하나 의지할 사람이 있으니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던 매니저 박민수(안성기)다. 곡절 끝에 두 사람은 지방방송국에 자리를 얻어 강원도 영월로 내려가게 된다. 하지만 도착해 보니 지국장은 최곤이 진행할 방송 따윈 안중에도 없을 뿐더러 방송국이 하루라도 빨리 원주방송국과 통폐합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한 술 더 떠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 PD를 맡은 강석영(최정윤)은 방송사고를 일으켜 원주에서 좌천된 인물이다. 대본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식대로 심드렁하게 방송을 진행하는 최곤, 그런데 그의 파격적인 진행이 오히려 영월 청취자들의 인기를 끌게 되면서 영월지국에 조금씩 생기가 감돌기 시작한다.

‘황산벌’,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이 연출한 ‘라디오 스타’는 흥미로운 시나리오가 볼품없는 연출과 만났다는 데서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주변부 인생들의 소소한 삶의 면면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은 시나리오의 미덕이 연출의 섬세함을 통해 힘을 얻었더라면 ‘라디오 스타’는 2006년의 가장 좋은 영화 가운데 하나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거의 무성의하다고 느껴질 만큼 조악한 촬영과 편집은 극과 연기의 힘으로 고조되는 정서적 감흥과 엇갈리면서 보는 이에게 실망을 안겨주기 일쑤다. 하지만 박광수 감독의 ‘칠수와 만수’에서 만난 이후 또 한 번 인상적인 연기궁합을 보여준 안성기와 박중훈의 열연은 진심으로 상찬할 만하다. 최곤을 우상으로 섬기며 그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영월출신 시골밴드 이스트리버 멤버들로 출연한 노브레인의 과장된 괴짜 연기도 영화에 제법 흥을 더한다. 115분 ★★☆ (5개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