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황소걸음

〈제3보〉(34~45)=이번 준결승은 천하를 다투고 있는 한·중 양국의 올 전반기 결산에 해당했다. 새해 벽두 이세돌이 도요타덴소배를 차지하자 중국은 창하오(常昊)의 삼성화재배 제패로 응수했다. 뒤이은 농심배 우승 컵은 한국으로 돌아갔지만, 3월 하순 결승을 앞둔 춘란배 패권은 중국행이 확정된 상태다. 대만의 저우쥔쉰을 ‘범 중국세’로 본다면 한국은 올 들어서도 중국을 상대로 힘겹게 싸우고 있다.

34로 눌린 뒤 35로 갔으나 한 박자 늦었다. 36, 38의 사석 전법이 좋아 43까지 백이 선수로 외곽을 장악한 것. 그 과정에서 37은 당연한 수로 넘어갔지만 실은 38 자리로 비켜 받는 수가 유력했다. 참고 1도였으면 소위 미생마(未生馬)가 동행하는 자세가 된다.

42에 10분 이상 장고한 데도 이유가 있었다. 참고 2도 1, 3의 변화를 검토한 것인데, A와 B를 맞봐 좋을 게 없다는 결론이 내려진 듯 42로 선회했다. 44까지 우상 쪽 피해는 충분히 보상 받았다는 계산. 쌍방 장고를 주고받는 황소걸음 속에 45가 놓였다. 가벼운 삭감수이자 의사 타진. 백은 어떤 응수가 최선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