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프레싱 戰法

〈제4보〉(46~57)=젊은 기사들에게 국제 대회 결승 진출은 남다른 뜻이 있다. 준우승 이상의 실적을 올리면 병역 특례를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 이창호를 비롯해 박영훈 최철한 송태곤 박정상 등이 이 과정을 거쳤다. 입대는 신성한 것이지만 2년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오면 도태되기 십상이다. 세 차례 4강에 이어 또 한 번 ‘마의 결승 진출’에 도전한 조한승의 각오가 오죽했겠는가.

5분 만에 46으로 반발했다. ‘가’로 받아달라는 주문을 거부하고 ‘프레싱’ 전법을 택한 것. 50까지 쌍방 기세가 정면 충돌한다. 그러나 50은 과했다는 게 중론. 참고도 6까지 처리하고 7의 침투(축머리이기도 하다)가 돌의 흐름이란 얘기다. 51은 하찮아 보이지만 이 한 점이 이곳 전투에서 긴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57까지 피차 기호지세(騎虎之勢). 여기서 백은 ‘나’로 나갈 수 있을까. 나갈 수 없다면 50의 절단은 무리였음이 분명해진다. 반대로 성립한다면 흑은 망해버릴 것이다. 20분이 넘어도 후야오위의 손이 나오지 않는다. 바둑은 때 이르게 승부처에 진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