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야오위냐… 대만 저우쥔쉰이냐

중국 후야오위(胡耀宇·25) 八단 대 대만 저우쥔쉰(周俊勳·27) 九단. 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이 출발했을 때 이런 결승 카드를 예상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었을까. 2억5000만원의 거액 우승 상금 주인을 가릴 결승 3번기가 19일부터 서울 수송동 서머셋 팰리스에서 막을 올린다. 한국 기사들이 전원 탈락해 약간 김은 빠졌지만 나름대로 흥미로운 요소들도 많다. 결전 돌입에 앞서 뽑아본 결승전 관전 포인트.

■최초의 양안(兩岸) 결승대결

중국과 대만이 최정상을 다투는 것은 세계 바둑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정치적 이유에 앞서 그간 대만의 실력이 결승에 오를 만큼 높지 못했기 때문. LG배의 경우 지난 10년 간 총 5명의 중국 기사가 결승에 진출한 반면 대만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만 부동의 1인자인 저우쥔쉰은 지난 11년 간 LG배에 ‘개근’하면서 중국 기사와 총 7회에 걸쳐 맞대결, 작년까지 6연패를 당하다 이번 11회 대회 8강전서 셰허(謝赫)를 제물로 첫 승리를 맛보았다. 어쨌거나 이번 ‘양안 결승’은 세계 바둑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전망.

■대만 바둑, 세계 주류권으로 진입?

10여 년 전만 해도 불모지로 취급돼 온 대만은 이번 결과 여하에 따라 세계무대의 ‘신데렐라’ 등극을 노리고 있다. 지난 10년 간 왕리청(王立誠) 및 장쉬(張木羽) 등 대만 출신 일본 기사들은 LG배를 비롯한 각종 국제 무대에서 맹활약, 고국의 바둑 붐 조성에 크게 기여했다. 저우쥔쉰의 LG배 결승 진출은 대만 바둑의 ‘만개(滿開)’를 상징한다.

국제 무대에서의 최근 활약상을 보면 대만은 일본에 비해 별로 손색이 없다. 이번 11회 LG배 통합예선서도 대만은 일본과 똑같이 1명씩의 통과자를 배출했는데, 일본의 통과자 황이주(黃翊祖)는 대만 출신 유학파 기사였다. 만약 저우쥔쉰이 결승 관문까지 넘어설 경우 대만은 당당한 세계 바둑계의 ‘주류(主流)’로 편입될 것이다.
 

■중국, 새로운 패자(覇者)의 길에 나서나

중국의 본격적인 대두는 지난 해부터 시작됐다. 제10회 삼성화재배(뤄시허) 및 제10회 LG배(구리)를 석권했고 강원랜드배(단체전)와 TV아시아(왕시)까지 가져가 한국을 압도했다. 올해 역시 연초 삼성화재배(창하오)를 선점했고, 이달 말 벌어질 춘란배(구리 대 창하오)의 우승도 예약된 상태다. 새해 한국은 단체전인 농심배에서만 간신히 체면을 지켰다.

후야오위 마저 LG배 제패를 이룰 경우 중국은 세계 주도 세력으로서 더욱 확실한 위상을 구축할 전망. 최근 3년간의 LG배만 놓고 볼 때 중국의 신장세는 더욱 실감난다. 2005년 제9회 대회 이후 3년 연속 결승 무대에 선수를 올렸고 지난 해엔 자국 기사끼리 패권을 다퉜다. 같은 기간 한국은 단 1명도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더욱이 지난 3년 간 결승에 나간 장쉬나 저우쥔쉰 등 ‘비(非) 중국기사’들 역시 같은 혈통의 ‘범(汎) 중국권’이란 점이 눈길을 끈다.

■패권은 누구 품으로?

소속국의 ‘선수층’을 감안할 때 아무래도 후야오위 쪽에 좀 더 무게가 실리는 게 사실이다. 중국 랭킹 3위에 올라있는 그는 착실한 기본기 외에도 놀라운 인내력과 신중함으로 이번 대회서 조훈현 야마시타(山下敬吾) 이창호 조한승 등 우승 후보들을 줄줄이 꺾고 올라왔다.

저우쥔쉰은 상대적으로 대진운이 좋았던 게 사실이지만 요즘 기세 면에선 결코 간단치 않다. 빠른 수읽기와 감각 등 재능 면에서 손색 없는데다 꾸준한 상승 기류, 오랜 국제 경험 등 오히려 유리해 보이는 점들도 많다. ‘본토(本土)’를 대표할 후야오위가 부담감을 떨치지 못할 경우 승부는 전혀 예측 못할 방향으로 흘러갈는지 모른다. 둘 간의 과거 통산 전적은 나란히 1승 1패.